겨울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 따뜻한 남쪽 섬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제철을 맞은 제주도의 신선한 해산물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특히 겨울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서귀포 올레시장의 한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는 방어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마치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처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렌터카를 받아 곧장 서귀포로 향했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야자수가 늘어선 해안 도로를 달리며, 나는 낯선 풍경 속에서 비로소 여행의 자유를 만끽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서둘러 찾아간 곳은 바로 서귀포 올레시장이었다. 활기 넘치는 시장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였다.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운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 싱싱한 해산물과 먹음직스러운 제주 특산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갓 잡아 올린 듯 윤기가 흐르는 붉은 방어의 모습은 나의 기대감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올레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뒤로하고,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모루쿠다’에 도착했다. 아담한 크기의 가게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내부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벽면에는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어, 이곳이 제주도임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에 걸린 유명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의 사인이었다. 그의 발자취가 닿은 맛집이라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곧이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것을 보니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릴 뻔했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고민에 빠졌다. 방어회는 당연히 주문해야 했고, 고등어회, 해물라면, 전복돌문어장 비빔밥 등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방어회와 해물라면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놓였다. 톳 무침, 갓김치, 멸치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흑임자 드레싱을 뿌린 신선한 샐러드는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며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어회가 등장했다.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방어회는 붉은 빛깔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이 마치 예술 작품 같았다. 방어 특유의 큼지막한 크기와 두툼한 두께는 보기만 해도 입 안에 군침이 돌게 했다. 나는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방어회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입 안에 넣는 순간,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혀를 감쌌다. 이어서 느껴지는 것은 방어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이었다. 씹을수록 풍부하게 터져 나오는 기름진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모루쿠다’의 방어회는 숙성이 잘 되어 있어,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을 자랑했다.

나는 방어회를 김에 싸서 양념된 밥과 함께 먹어보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김, 달콤하면서도 쫀득한 밥, 그리고 기름진 방어회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또한 백김치에 싸서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방어회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방어회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라면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게, 새우, 홍합, 전복 등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붉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얼큰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면발은 쫄깃했고, 해산물은 신선하고 탱글탱글했다. 특히 국물 맛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각종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과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는 방어회와 해물라면을 번갈아 가며 정신없이 먹었다. 싱싱한 회의 풍미와 얼큰한 라면 국물의 조화는 정말 꿀맛이었다. 먹는 동안, 나는 마치 바닷속을 탐험하는 해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기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고등어회와 전복돌문어장 비빔밥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게를 나서며, 나는 ‘모루쿠다’가 왜 제주도 서귀포의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신선한 재료, 정성스러운 음식,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서귀포 올레시장을 다시 찾은 나는, 낮과는 또 다른 밤의 풍경에 매료되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켜진 시장은 더욱 활기 넘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는 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제주 특산물인 감귤과 흑돼지 육포를 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나는 오늘 맛본 방어회의 감동과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모루쿠다’ 덕분에 더욱 특별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 채워질 것 같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돈베라멘 한 그릇도 놓칠 수 없었다. 진한 돼지 육수에 담백한 면발, 부드러운 차슈가 어우러진 맛은 추위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특히, 돈베라멘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음 날, 나는 ‘모루쿠다’에서 맛보지 못했던 딱새우회에 도전했다. 껍질을 벗긴 딱새우의 투명한 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입에 넣으니, 탱글탱글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딱새우 머리를 튀겨서 함께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모루쿠다’에서는 신선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제주 감성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었다. 가게 곳곳에 놓인 소품들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연상시켰다. 또한, R&B 음악이 흘러나오는 분위기는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 나는 숙소 근처 해변을 거닐며 파도 소리를 들었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나는 ‘모루쿠다’에서 맛본 방어회의 감동과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속에 새기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서귀포 올레시장의 보석 같은 맛집, ‘모루쿠다’는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