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파도처럼 들려오는 어느 날, 문득 며칠 전부터 맴돌던 ‘솔옆수’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눈여겨봤던 곳,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카페였다. 올레길을 걷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은,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는 물론, 따뜻한 분위기와 사랑스러운 강아지 ‘순애’ 덕분에 더욱 특별한 곳이라고 했다. 망설일 틈도 없이, 나는 곧장 차를 몰아 표선으로 향했다.
카페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은 점점 더 고즈넉해졌다. 낡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니, 드디어 ‘솔옆수’라는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 아늑한 공간 곳곳에는 사장님들의 손길이 닿은 듯한 그림과 사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벽난로와 나무로 짠 창틀, 앤티크 가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간을 잊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은 카페 내부의 한쪽 코너를 보여주는데, 붉은 벽돌로 쌓은 벽난로와 그 앞에 놓인 나무 테이블,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나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핸드드립 커피, 밀크티, 에이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쓰인 메뉴 설명에, 모든 음료를 다 맛보고 싶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잠봉뵈르’였다. 바게트 빵에 잠봉(햄)과 버터를 넣어 만든 프랑스식 샌드위치인데, 이곳에서는 특별히 당근 라페를 곁들여 제공한다고 했다.
“잠봉뵈르 하나랑,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 부탁드릴게요.”
주문을 마치고, 나는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벽 한쪽에는 순애의 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뛰어노는 모습, 곤히 잠든 모습,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사진 속 순애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에서 볼 수 있듯이 벽에는 순애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콜라주처럼 붙어 있어, 순애를 향한 사장님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 순애 보러 오신 거예요?”
사장님의 질문에,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애는 지금 낮잠 자고 있어요. 워낙 순해서 낯선 사람도 잘 따르니, 깨면 예뻐해 주세요.”
나는 순애가 잠든 곳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복슬복슬한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는 잠든 순애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사진인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든 모습이 마치 하얀 솜뭉치 같았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순애의 단잠을 방해할까 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자리에 돌아와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마당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은은하게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었다.
잠시 후, 사장님이 직접 가져다주신 잠봉뵈르와 핸드드립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나무 트레이 위에 정갈하게 담긴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을 보면, 잠봉뵈르는 바삭하게 구워진 바게트 빵 사이에 햄과 버터가 듬뿍 들어 있고, 옆에는 당근 라페가 함께 제공된다.
“커피는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이에요. 은은한 산미와 풍부한 향이 특징이니, 잠봉뵈르와 함께 즐겨보세요.”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나는 먼저 커피를 한 모금 마셔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커피 향, 그리고 부드러운 목 넘김. 정말 훌륭한 커피였다. 은 테이블 위에 놓인 두 잔의 핸드드립 커피를 보여주는데, 커피의 깊은 색깔과 잔잔한 표면이 커피의 풍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번에는 잠봉뵈르를 맛볼 차례. 바게트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버터 향과 짭짤한 햄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함께 제공된 당근 라페는, 잠봉뵈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동시에,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맛을 더해 주어, 맛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바게트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이었다. 빵이 입천장을 살짝 스치는 느낌마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나는 순식간에 잠봉뵈르 한 조각을 해치웠다. 정말이지, 인생 잠봉뵈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은 잠봉뵈르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빵 속에 햄과 버터, 그리고 당근 라페가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잠봉뵈르를 먹는 동안, 나는 마치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의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맛있는 커피와 함께하는 독서 시간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카페 안에는 나처럼 혼자 와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솔옆수’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한참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카페 문이 열리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는데, 아이는 순애를 보자마자 “강아지다!”라며 소리치며 달려갔다. 순애는 아이의 등장에 잠에서 깨어, 꼬리를 흔들며 아이를 반겼다.
나는 순애와 아이가 함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순애는 정말 순하고 착한 강아지였다. 낯선 사람에게도 짖거나 경계하는 법 없이, 늘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순애 덕분에, 카페 안에는 늘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카페 문을 나설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 정말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커피도 잠봉뵈르도 너무 맛있었고, 순애도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때는 순애가 더 반갑게 맞아줄 거예요.”
나는 ‘솔옆수’를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사랑스러운 순애 덕분에, 나는 ‘솔옆수’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에 제주도에 오게 된다면, 나는 꼭 다시 ‘솔옆수’를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순애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 는 카페 내부에 놓인 다양한 식물들을 보여주는데, 푸르른 식물들이 공간에 생기를 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솔옆수’는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이었다. 그곳은 그리움이 머무는 공간이었고,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곳이었으며,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감정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곳이었다. 나는 ‘솔옆수’에서의 경험을 통해, 진정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주도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