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속삭이는 제주, 면주막에서 맛보는 추억의 고기국수 한 그릇

어쩌면 나는 섬의 기운에 이끌렸는지 모른다. 낯선 바람과 햇살이 뒤섞인 제주의 아침,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메고, 렌즈 너머 풍경을 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뱃속에서 은근하게 울리는 허기를 느꼈다. 제주에 왔으니, 고기국수는 꼭 먹어야지. 오래전부터 품어온 다짐이 떠올랐다.

네비게이션에 ‘제주 고기국수 맛집’을 검색하자, 수많은 후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망설임 끝에, 나는 ‘면주막’이라는 곳을 선택했다.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이름이었다. 면발의 풍류가 느껴진달까.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점점 더 제주스러워졌다. 현무암 돌담이 옹기종기 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면주막 앞에 도착해 있었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했다.

면주막 내부 사진
깔끔하고 넓은 면주막 내부. 벽면에는 메뉴 사진이 걸려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면주막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벽면에는 메뉴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돔베고기 사진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돔베고기를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고기국수, 비빔국수, 멸치국수, 고기국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나는 고기국수돔베고기를 주문했다. 혼자였지만, 이 두 가지 메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기본 반찬들이 나왔다. 깍두기와 김치,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쌈장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면주막 내부를 좀 더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아기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실제로, 내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아기용 식기와 무료 아기 국수까지 제공된다니,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에 듬뿍 올려진 고기 고명, 그리고 곱게 채 썬 김과 파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뜨거운 김이 코끝을 간지럽히자,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스테인리스 그릇은 차가운 듯 보이지만, 국물의 온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고기국수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기가 인상적인 고기국수.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국물과 함께 크게 한 입 맛보았다. 진하고 담백한 국물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면발은 쫄깃쫄깃했고, 고기 고명은 부드러웠다. 특히 고기에는 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사골 육수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면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잘 익은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고기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김치 또한 훌륭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김치는,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기국수를 먹는 동안, 돔베고기가 나왔다. 나무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인 돔베고기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다. 윤기가 흐르는 돔베고기는, 마치 잘 조각된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돔베고기 위에는 ‘100% 제주산 돝(돼지의 옛말)’이라는 앙증맞은 깃발이 꽂혀 있었다. 믿음직스러운 문구였다.

돔베고기
윤기가 흐르는 돔베고기. 100% 제주산 흑돼지임을 강조하는 깃발이 인상적이다.

돔베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돔베고기와 함께 제공된 갈치속젓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부해졌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갈치속젓은, 돔베고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

쌈 채소에 돔베고기와 갈치속젓, 그리고 마늘을 함께 올려 쌈으로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신선한 쌈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돔베고기의 부드러움, 그리고 갈치속젓의 짭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쉴 새 없이 쌈을 싸 먹다 보니, 어느새 돔베고기 한 접시를 뚝딱 비워냈다.

고기국수와 돔베고기를 정신없이 먹고 나니, 배가 몹시 불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속은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했다. 아마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 그런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친절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계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특히 돔베고기가 정말 최고였어요.”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저희 돔베고기는 100% 제주산 흑돼지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아주머니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아주머니가 작은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 “저희 가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작은 선물이에요. 다음에 또 방문해주세요.” 선물 꾸러미 안에는 면주막에서 직접 만든 듯한 멸치 육수 티백이 들어 있었다. 섬세한 배려에 감동받았다.

면주막을 나서, 다시 길을 떠났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면주막에서 맛본 고기국수와 돔베고기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제주에서의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에 제주에 다시 오게 된다면, 면주막은 꼭 다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그땐 비빔국수도 꼭 먹어봐야지.

비빔국수
싱싱한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비빔국수. 다음 방문 때는 꼭 맛봐야지.

돌아오는 길, 면주막에서의 기억을 곱씹으며, 나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면주막은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분위기까지 훌륭한 곳이라는 점이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매장은 청결했으며, 아기를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둘째, 면주막은 재료의 신선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돔베고기는 제주산 흑돼지만을 사용했고, 깍두기와 김치 또한 신선한 재료로 직접 담근 듯했다. 셋째, 면주막은 가족 단위 손님에게 특히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넓은 매장과 아기의자,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메뉴까지,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면주막에서 맛본 무우차였다. 일반 생수 대신 제공되는 무우차는, 은은한 단맛과 구수한 향이 일품이었다. 식사 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무우차를 마시며, 나는 면주막의 세심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어쩌면 면주막은, 제주도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관광 명소는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런 면에서 면주막은, 진정한 제주 맛집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나는 면주막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여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맛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들이 모여,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면주막에서의 고기국수 한 그릇은, 나에게 그런 의미를 지닌 특별한 경험이었다. 제주 동쪽 여행 중 에코랜드나 사려니 숲길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면주막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메뉴 사진
벽에 붙어있는 메뉴 사진들. 전복 비빔국수의 모습도 보인다.

언젠가 다시 제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면주막으로 향할 것이다. 그때는 비빔국수와 멸치국수를 꼭 맛봐야지. 그리고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멸치 육수 티백을 선물 받아와야겠다. 면주막은 나에게,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제주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면주막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제주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어쩌면, 나는 영원히 제주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작은, 면주막에서의 고기국수 한 그릇이었다.

깔끔한 깍두기
고기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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