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그 시작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특히 이번 여정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미식 경험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목적지는 애월, 그곳에 자리한 ‘앨범외도’였다. 이곳은 LP 바, 뮤직 바, 칵테일 바, 심지어는 맛있는 라면까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공간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공항과의 접근성 또한 뛰어나, 여행의 시작이나 마무리 장소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다.
렌터카를 몰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니, 눈부신 햇살이 푸른 바다 표면에 부딪혀 찬란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냈다.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다채로운 색깔로 흩뿌려지는 광경은 그 자체로 황홀한 과학 실험 같았다. 예상대로 앨범외도는 해안가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3층 건물,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후각을 자극하는 미묘한 향과 함께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전면의 통유리창이었다. 캔틸레버 구조로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뻗어 나간 창밖으로는, 현무암 해안과 부서지는 파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마치 잘 설계된 수족관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바다는 앨범외도라는 공간의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리뷰에서 ‘뷰가 좋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예쁘다’는 감상으로는 부족했다. 파도 소리, 습도, 온도, 심지어는 공기 중의 염분 농도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예상대로 ‘힙’했다.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면에는 LP 앨범 커버들이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턴테이블과 스피커가 놓여 있었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이곳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낮은 조도의 조명은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아늑한 느낌을 강조했다. 마치 잘 꾸며진 다락방에 들어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칵테일,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 라인업이 눈에 띄었다. ‘술이 다양하다’는 리뷰가 많았던 만큼, 선택의 폭이 넓었다. 고민 끝에 시그니처 칵테일인 ‘버빙수’와 ‘게딱지장 라면’을 주문했다. 버번 위스키와 팥빙수의 조합이라니, 예상치 못한 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버빙수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곱게 갈린 얼음 위에 팥, 떡, 견과류가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 버번 위스키가 살짝 뿌려져 있었다. 칵테일이라기보다는 고급스러운 디저트 같은 느낌이었다. 첫 맛은 달콤했다. 팥의 단맛과 떡의 쫄깃함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뒤이어 버번 위스키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알코올 도수는 높지 않았지만, 위스키 특유의 오키함과 바닐라 향이 팥빙수의 단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마치 서로 다른 성질의 두 액체가 만나 새로운 화합물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 같았다.

게딱지장 라면은 또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라면이었지만, 국물 한 입을 맛보는 순간, 미뢰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게딱지장의 깊은 풍미가 라면 국물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감칠맛을 극대화했다. 면발은 쫄깃했고, 게딱지장 특유의 짭짤함이 면에 잘 배어 있었다. 라면 위에는 잘게 썰린 파와 김 가루가 뿌려져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마치 잘 조절된 효소 반응처럼, 모든 재료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리뷰에서 ‘음식이 맛있다’는 평이 많았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음악은 앨범외도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LP 바답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팝, 록, 재즈, 클래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곡된 음악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신청곡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앨범외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마치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는 도파민처럼,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행위는 쾌감을 선사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완벽한 공간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파도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도 좋았다. 앨범외도는 나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앨범외도는 또 다른 분위기로 변모했다. 어둠이 내리자, 조명은 더욱 은은하게 빛났고, 공간은 더욱 아늑해졌다. 창밖으로는 파도 소리만이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치 고요한 밤, 숲 속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처럼, 파도 소리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앨범외도를 나섰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바닷바람이 뺨을 스쳤다. 하지만 앨범외도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편안함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앨범외도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아름다운 뷰, 맛있는 음식, 훌륭한 음악,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앨범외도를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내린 결론은, 앨범외도는 만족도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제주에서 만난 최고의 뮤직 맛집이라 감히 칭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