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나는 섬의 남쪽, 서귀포로 향했다. 오늘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혁신도시의 작은 골목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흑돼지 전문점, ‘제주 한양’이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고 했다. 1인 셰프가 운영하는 이곳은, 하루에 단 한 마리의 1등급 흑돼지만을 고집하여, 그날 잡은 돼지를 당일 정형하고 소비하는 철칙을 지킨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고집스러움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아늑한 공간이 나를 맞이했다. 바 테이블 형태로 이루어진 내부는 마치 고급스러운 일식 선술집에 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테이블 너머로 보이는 주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셰프님의 분주한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셰프님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오늘 맛볼 흑돼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주셨다. 그의 눈빛에서는 고기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메뉴는 단출했다. 흑돼지 모듬이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라고 했다. 600g이라는 넉넉한 양에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흑돼지 모듬을 주문하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벽면에는 와인병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셰프님이 와인 애호가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돼지고기와 와인의 조합이라니, 다소 의외였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들었다.
잠시 후, 숯불이 테이블 위로 놓였다. 붉게 타오르는 숯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캠핑이 떠올랐다. 숯불에 구워 먹던 삼겹살은,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 맛있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재료나 조리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순간의 분위기, 함께하는 사람, 그리고 추억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모듬이 등장했다. 나무 도마 위에 탐스럽게 담긴 흑돼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선명한 붉은 빛깔의 살코기와, 눈처럼 하얀 지방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흑돼지 옆에는 탐스러운 호박과 꽈리고추, 그리고 앙증맞은 방울토마토가 함께 놓여 있었다. 마치 정물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움에, 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 , 나무 도마 위에 놓인 흑돼지는 그 빛깔부터 남달랐다. 칼집 사이로 비치는 윤기는, 마치 보석처럼 빛났다.
셰프님은 능숙한 솜씨로 흑돼지를 숯불 위에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흑돼지 특유의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흑돼지를 바라보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셰프님은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각 부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맛있게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는 마치 고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교수님 같았다. 그의 설명 덕분에, 나는 흑돼지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맛볼 수 있었다.
드디어, 흑돼지가 먹기 좋게 익었다. 셰프님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흑돼지를 잘라, 내 접시 위에 놓아주셨다. 잘 구워진 흑돼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나는 셰프님이 추천해준 대로, 먼저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입안에 넣는 순간, 흑돼지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들 만큼 훌륭했다. 흑돼지 지방의 고소함은 마치 잘 숙성된 치즈와 같았고, 육즙은 입안에서 터져 나오며, 황홀경을 선사했다.
다음으로는, 깻잎 장아찌에 흑돼지를 싸서 먹어보았다.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깻잎의 풍미가 흑돼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깻잎 장아찌의 짭짤함은 흑돼지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향긋함은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깻잎 장아찌와 흑돼지의 환상적인 조합에 감탄하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나는 흑돼지와 함께, 셰프님이 추천해준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마셨다. 섬세한 산미와 풍부한 과일 향이 느껴지는 와인은, 흑돼지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특히, 흑돼지 지방의 고소함과 와인의 산미가 만나, 입안에서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이루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을 듣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었다.
흑돼지를 맛보는 동안, 셰프님은 끊임없이 숯불을 관리하고, 고기가 타지 않도록 세심하게 구워주셨다. 그의 정성 덕분에, 나는 최상의 상태로 흑돼지를 맛볼 수 있었다. 셰프님은 단순히 고기를 굽는 것을 넘어, 손님과의 소통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흑돼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문화,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나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 , 셰프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흑돼지는 더욱 맛있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숯불의 화려한 불꽃 위에서, 흑돼지는 마치 춤을 추는 듯했다.
나는 흑돼지 모듬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600g이라는 양이 결코 적지 않았지만, 흑돼지의 맛은 너무나 훌륭했기에,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흑돼지를 다 먹고 나니,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치, 아름다운 영화가 끝난 후의 여운과도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셰프님은 따뜻한 순두부찌개를 내어주셨다.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순두부찌개는, 흑돼지로 인해 느끼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나는 순두부찌개를 천천히 음미하며, 오늘 맛본 흑돼지에 대한 감상을 곱씹었다. 정말이지, 돼지고기에서 한우의 맛이 느껴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셰프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배웅해주셨다. 그는 다음에 또 방문해달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나는 셰프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게를 나섰다. 어두운 밤거리를 걸으며, 나는 오늘 맛본 흑돼지의 여운을 곱씹었다. 셰프님의 정성과, 흑돼지의 훌륭한 맛,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제주 한양’, 이곳은 단순한 고깃집이 아닌, 미식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나는 이곳을 제주도 서귀포 맛집을 넘어, 전국구 맛집으로 감히 추천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미식가라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이곳에서, 당신은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원육의 신선함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쇼케이스는, 셰프님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듯했다. 쇼케이스 안에는 흑돼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위의 숙성육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다음번 제주도 방문 때, 나는 반드시 ‘제주 한양’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오늘 맛보지 못했던 다른 부위의 흑돼지를 맛보고, 셰프님과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제주 한양’, 그 이름은 앞으로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맛본 흑돼지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흑돼지를 굽는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던 추억과, 셰프님의 따뜻한 미소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아있을 것이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제주 한양’에서의 기억은, 내 미식 경험의 빛나는 별이 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