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해안, 잊을 수 없는 제주 맛집의 작은 기적

제주 애월의 푸른 바다를 스치듯 지나, 고내리 좁은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아담한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벤치에 앉아 기다리시오’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이미 몇몇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작은 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과 희미한 웃음소리가 발길을 붙잡았다. 50분. 평일 낮의 기다림치고는 꽤 긴 시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포기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설렘이랄까.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지막이 흐르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낡은 나무 간판 아래, 손으로 직접 쓴 듯한 메뉴판이 정겹게 놓여 있었다. 돈카츠, 야끼소바, 그리고 우동. 단 세 가지 메뉴에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작은 공간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더했다. 마치 일본의 작은 시골 식당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가게 외부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가게 외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빈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 있는 태블릿으로 먼저 주문을 하고 선불로 결제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마치 무인 카페에 온 듯한 시스템이었지만,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사장님의 고심이 느껴졌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작은 미소가 건네졌다.

나는 이곳의 대표 메뉴인 돈카츠와 BBQ 야끼소바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작은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한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젊은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나무 쟁반 위에 정갈하게 담긴 돈카츠 정식과 BBQ 야끼소바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돈카츠는 두툼한 돼지고기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혀, 먹기 좋게 잘려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과 따뜻한 미소 된장국,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이 함께 제공되었다. BBQ 야끼소바는 커다란 접시 위에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돼지고기, 해산물, 야채 등 다양한 재료들이 면과 함께 어우러져,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다.

돈카츠 정식과 BBQ 야끼소바
돈카츠 정식과 BBQ 야끼소바

먼저 돈카츠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튀김옷 속에서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식감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두툼한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은, 입안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돈카츠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 위에 돈카츠를 올려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다음으로 BBQ 야끼소바를 맛보았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양한 해산물과 야채들이 면과 함께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한 입 먹어보니, 불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말 훌륭했다. 면은 쫄깃했고, 해산물은 신선했다. 특히, 큼지막한 문어가 듬뿍 들어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살짝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푸짐한 BBQ 야끼소바
푸짐한 BBQ 야끼소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돈카츠에 비해서 야끼소바는 조금 아쉬웠다. 재료는 풍성했지만, 묘하게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밥과 함께 먹으니 짠맛이 중화되기는 했지만, 단독으로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왠지 남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사장님께 우동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옆 테이블에서 우동을 먹는 가족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우동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멸치와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깊은 국물과 쫄깃한 면발, 그리고 큼지막한 새우튀김 두 마리가 들어간다는 설명에, 나는 망설임 없이 우동을 추가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새우튀김 두 마리가 솟아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국물을 한 모금 마시니, 깊고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멸치와 가쓰오부시의 조화가 만들어낸 감칠맛은,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면은 탱글탱글했고, 새우튀김은 바삭했다. 특히, 함께 제공된 매실 장아찌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우동을 먹는 동안, 나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우동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특별한 존재였다. 나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우동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갔다. 사장님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식사는 어떠셨는지 물었다. 나는 돈카츠와 우동이 정말 맛있었다고 칭찬하며, 야끼소바의 짠맛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전달했다. 사장님은 나의 의견을 경청하며, 다음에는 더욱 개선된 맛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바로 뒤에 있는 드립 커피집 20% 할인권을 건네주며,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인사를 건넸다.

식당 문을 나서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는 따뜻한 노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오늘 맛보았던 음식들을 떠올렸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돈카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었던 우동, 그리고 짠맛이 조금 아쉬웠던 야끼소바. 모든 음식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사장님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특별한 식사였다.

애월의 작은 식당에서 맛본 음식들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좁은 공간, 기다림, 그리고 다소 불편한 시스템.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나는 이곳을 제주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음에 제주에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꼭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 때는 야끼소바의 짠맛이 개선되어 있기를 바라며.

식당 외부 전경
식당 외부 전경

돌아오는 길, 나는 식당 앞에서 보았던 작은 팻말을 떠올렸다.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그 문구처럼, 나의 하루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으로 가득 채워졌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이곳에서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작은 행복에 있다. 애월의 작은 식당은, 나에게 그런 행복을 선사해 준 특별한 장소였다. 나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곳에서 맛보았던 따뜻한 돈카츠와 우동의 맛을, 그리고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를.

돈카츠와 야끼소바 한 상 차림
돈카츠와 야끼소바 한 상 차림

애월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나는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있는 곳, 애월의 작은 식당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란다. 단, 웨이팅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음식은,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제주에 가고 싶다. 그리고, 그 작은 식당에서 다시 한번, 따뜻한 돈카츠와 우동을 맛보고 싶다. 그 때는, 야끼소바의 짠맛이 사라져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BBQ 야끼소바의 풍성한 비주얼
BBQ 야끼소바의 풍성한 비주얼
돈카츠 정식의 아름다운 구성
돈카츠 정식의 아름다운 구성
테이블 위에 놓인 야끼소바
테이블 위에 놓인 야끼소바
돈카츠의 단면
돈카츠의 단면
깔끔한 가게 내부
깔끔한 가게 내부
식당 내부 장식
식당 내부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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