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 손맛 그대로, 제주 어멍의 숨겨진 갈치국 맛집 순례기

제주에 발을 디딘 순간, 콧속으로 스며드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늘 설렘을 안겨준다. 렌터카를 받아 들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제주 시내,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어멍’이었다. 낡은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깔끔한 빌라의 1층. 자칫 지나칠 뻔했지만, 검은색 간판에 흰 글씨로 적힌 ‘어멍’이라는 상호가 눈에 들어왔다. Since 2008, 자연산 활어회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믿음직스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외로 아늑하고 정갈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작은 식당이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담긴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숨겨진 제주 맛집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은 비교적 한산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갈치국 정식을 주문했다. 갈치국은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추억의 음식. 제주에 왔으니, 제대로 된 갈치국 한 그릇은 꼭 맛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멍 식당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어멍의 간판.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반찬들이 차려졌다. 뽀얀 돼지고기 수육, 매콤한 회무침,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멜조림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었다. 특히 멜조림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갓 지은 따뜻한 밥 위에 멜조림을 올려 먹으니, 입 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갈치국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갈치와 늙은 호박, 얼갈이 배추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 느껴졌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갈치는 크기는 작았지만, 싱싱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늙은 호박과 얼갈이 배추는 달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더해줬다.

푸짐한 갈치국 정식 한 상 차림
정갈함이 돋보이는 갈치국 정식 한 상 차림.

갈치국과 함께 나온 옥돔구이 역시 훌륭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옥돔구이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갓 구워져 나온 옥돔구이는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생선살을 발라 아이에게 건네주는 가족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다채로운 반찬들
손맛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반찬들.

나는 갈치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옥돔구이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받은 것처럼,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물음에,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갈치국 맛 그대로네요.”라고 답했다. 아주머니는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인사를 건네셨다.

어멍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과 따뜻한 주인 아주머니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저녁, 나는 어멍에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지인들과 함께였다.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더니, 테이블에는 싱싱한 해산물 모듬과 돌돔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해산물 모듬은 문어, 전복, 뿔소라, 갈치 등 다양한 해산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신선한 해산물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돌돔 내장 숙회는 고소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독특했다.

돌돔회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지는 돌돔회.

메인 요리인 돌돔회는 쫄깃하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숙성회라 그런지,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와사비가 조금 매웠지만, 돌돔회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돌돔회와 함께 나온 멜조림과 메로구이 역시 훌륭했다. 멜조림은 여전히 밥도둑이었고, 메로구이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돌돔 대가리로 끓인 지리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술안주로도 좋았고, 식사 마무리로도 훌륭했다.

다채로운 해산물 모듬
눈과 입이 즐거운 다채로운 해산물 모듬.

지인들 모두 어멍의 음식 맛에 감탄했다. 특히 자연산 회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했다. 나 역시 어멍을 제주 맛집으로 추천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어멍은 음식을 ‘찍어내는’ 곳이 아닌, 정성을 다해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주인의 손길과 마음이 느껴졌다. 신선한 자연산 재료만을 고집하고,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어멍.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제주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제주에 갈 때마다 어멍을 찾을 것이다. 어멍의 갈치국과 돌돔회를 맛보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어멍은 내게 단순한 맛집이 아닌, 제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어멍,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세요.

어멍은 제주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15분 정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다만, 식당이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업시간은 오후 2시 30분까지이며,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연산 횟집이므로, 횟감이 없는 날은 영업을 하지 않으니 예약은 필수다. 점심시간에는 1인당 만 원에 정식을 즐길 수 있다.

정갈한 밑반찬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는 정갈한 밑반찬들.

나는 어멍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어멍은 내게 잊지 못할 제주의 추억을 선물해준 맛집이다.

한상 가득 차려진 정식
윤기가 흐르는 밥
싱싱한 회
푸짐한 한 상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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