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솥뚜껑에 튀겨주시던 그 치킨 맛, 다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 읍내 장날이면 으레 닭 한 마리 잡아 기름 솥에 지글지글 튀겨주시던 그 냄새 말이야. 세월이 흘러 도시 살이에 찌들다 보니 그 맛을 잊고 살았는데, 제주에서 옛날 통닭 맛 그대로 살린 치킨집이 있다 해서 찾아가 봤수다. 이름하여 ‘마시레 치킨’.
제주 도착하자마자 렌터카 빌려 애월 향해 부릉부릉 달려갔지. 공항 근처에서 늦은 점심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마시레 치킨 맛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곧장 핸들을 틀었수다. ‘배고픔은 최고의 양념’이라 했던가.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가게 문을 여니, 정겨운 치킨 냄새가 확 풍겨오는 게,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더라.

가게는 생각보다 아담했어. 테이블 몇 개 놓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정겹게 느껴졌지. 벽 한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낙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는데, 마치 오래된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랄까.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걸 보니, 이곳이 진짜 제주 도민 맛집이 맞구나 싶었어.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지. 후라이드, 양념, 파닭… 종류도 참 다양하구먼.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역시 처음은 기본 아니겠어? 제일 기본인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랑, 마시레 치킨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파닭을 반반으로 주문했수다.
주문하고 나니 밑반찬이 쪼르르 나왔는데, 콩나물무침, 양념된 닭껍질 튀김, 그리고 치킨무가 전부였어. 콩나물무침은 참기름 향이 솔솔 나는 게,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이더라. 닭껍질 튀김은 짭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맥주 안주로 딱이겠더라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치킨이 나왔어.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닭 위에 파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정말이지 먹음직스럽더라. 후라이드 치킨은 튀김옷이 어찌나 바삭한지, 포크로 콕 찍는 순간 ‘바사삭’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지.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어. 염지도 어찌나 잘 되어 있는지,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멈출 수가 없더라.

파닭은 또 어떻고. 신선한 파채에 특제 소스를 듬뿍 뿌려 닭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향긋한 파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 최고였어. 파 특유의 알싸한 맛이 닭의 느끼함을 잡아주니, 질릴 틈도 없이 계속 들어가더라.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닭 한 마리가 뚝딱 사라졌어.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배가 빵빵한데도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양념치킨을 추가로 주문했지.
마시레 치킨 양념은 옛날 추억의 양념치킨 맛 그대로였어.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맛이, 어릴 적 먹던 그 맛이랑 똑같더라. 닭강정처럼 살짝 굳은 듯한 질감도 옛날 스타일 그대로였어. 윤기가 좔좔 흐르는 양념을 보니, 어찌나 군침이 돌던지. 젓가락으로 콕 찍어 입에 넣으니,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치킨이랑 같이 맥주도 한 잔 시켰는데, 역시 치맥은 진리 아니겠어?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들이켜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안이 개운해지는 게, 정말 최고였어. 쉴 새 없이 닭다리를 뜯고, 맥주를 들이켜고, 또 닭다리를 뜯고…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이었지.
혼자 여행 온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는 치킨이었어. 다음에는 꼭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파닭에 맥주 한잔 쭈욱 들이켜야겠다 다짐했지. 넉넉한 인심 덕분에 배불리 먹고 기분 좋게 가게 문을 나섰수다.
마시레 치킨은 프랜차이즈 치킨처럼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맛이 일품인 곳이었어. 닭 자체도 좋은 걸 쓰시는지, 육질도 쫄깃하고 냄새도 전혀 안 나더라. 튀김옷도 어찌나 바삭한지, 입에 넣는 순간 ‘바사삭’ 소리가 나는 게, 정말 예술이었지.
특히 좋았던 점은, 사장님과 아드님이 어찌나 친절하신지. 주문할 때도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고, 음식 맛은 괜찮은지, 부족한 건 없는지 계속 물어봐 주시더라.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어.
마시레 치킨은 테이크 아웃 손님도 참 많더라. 내가 먹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포장 주문이 들어오는 걸 보니, 이미 동네에서는 꽤 유명한 맛집인 것 같았어. 나도 다음에는 숙소 들어가기 전에 포장해서, 시원한 맥주랑 같이 먹어야겠다 생각했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없다는 거였어. 가게 앞 골목에 알아서 주차해야 하는데, 워낙 좁은 골목이라 주차하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도 뭐, 맛있는 치킨 먹으러 가는 길인데,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지 않겠어?
총평하자면, 마시레 치킨은 제주에서 맛보는 옛날 통닭의 향수, 넉넉한 인심, 그리고 푸근한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제주 여행 가시는 분들께,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추하고 싶네. 후회는 절대 없을 거요!
아, 그리고 파채는 꼭 추가해서 드시길 바라네. 파닭으로 먹어도 좋지만, 후라이드에 파채 곁들여 먹어도 정말 꿀맛이니까. 잊지 마시게!
오늘도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