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지만, 역시 혼밥만큼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들어갈 수는 없지. 심혈을 기울여 찾은 곳은 바로 ‘진정주가’.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보석 같은 곳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이런 곳에 식당이 있다고?’ 싶을 정도로 평범한 동네 골목 풍경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하얀 벽면에 은은하게 빛나는 두 개의 창문과 그 아래 놓인 술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달까.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짙은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작은 조명들이 따뜻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을 따라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더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4~5개 정도밖에 없어 보였다. 다행히 카운터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혼자 온 나도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며 혼밥을 즐기는 나에게는 이런 아늑한 공간이 최고의 선택이다.
메뉴는 단 하나, ‘후토마키 정식’. 다른 선택지는 없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단일 메뉴라는 건 그만큼 맛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니까. 가격은 4만원. 혼밥 치고는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샘솟았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내 앞에 놓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앙증맞은 크기의 차완무시였다. 귀리가 씹히는 독특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계란찜 속에 숨어있는 귀리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칡과 깨로 만들었다는 두부도 특별했다. 겉은 쫄깃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마치 묵과 같은 식감이었다. 은은한 깨 향이 풍미를 더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후토마키가 등장했다. 커다란 김밥처럼 보이는 후토마키는 그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 밥알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꽉 차 있었다. 참치, 연어, 새우튀김, 계란, 채소 등등. 마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다채로운 맛이 폭발했다. 신선한 해산물의 풍미와 아삭한 채소의 식감, 그리고 달콤한 계란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참치 뱃살을 다져 파를 첨가한 초밥은 밸런스가 최고였다. 느끼함은 잡아주고 감칠맛은 끌어올리는, 절묘한 조합이었다. 후토마키와 함께 나온 아귀 간 소스(안키모)도 훌륭했다. 녹진한 풍미가 후토마키의 맛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줬다.
후토마키 외에도 스키야키 느낌의 국물 요리와 육수에 살짝 튀긴 생선, 고등어 초회 등 다양한 요리들이 함께 제공되었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사장님께서 직접 재료를 공수하거나 조리하신다는 설명에 더욱 믿음이 갔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달까.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케 젤리와 딸기가 디저트로 나왔다. 사케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젤리는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딸기의 상큼함이 더해져 완벽한 마무리였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혹시 양이 부족하지 않냐며 청귤 소바를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에 감동했다.

진정주가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따뜻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가게는 아담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나무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가 더욱 포근하게 느껴졌다. 혼자 방문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조용히 음식을 음미하며 맛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화장실은 가게 외부에 위치해 있는데, 가는 길이 조금 독특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꺾어 들어가야 했는데, 마치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헷갈렸지만, 이내 화장실 표시를 발견하고 안심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냉랭했던 밤거리가 훈훈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혼자 떠난 제주 여행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진정주가. 다음 제주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땐 후토마키 포장해서 숙소에서 혼술해야지!

혼자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진정주가처럼 혼밥하기 좋은 곳을 발견하면 더욱 그렇다. 좁은 골목길에 숨어있는 작은 가게이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맛과 따뜻한 정이 가득하다. 혼자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주가는 좌석이 4~5개 정도로 매우 협소하므로, 방문 전 예약은 필수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예약 없이는 자리를 잡기 힘들 수 있다. 그리고 후토마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고 하니, 숙소에서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면 포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다음에는 집들이 때 후토마키 포장해서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어야겠다.
아, 그리고 함께 판매하는 호두도 꼭 맛보시길! 나는 깜빡하고 못 샀는데,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니 정말 맛있다고 한다. 다음에 가면 호두도 꼭 사 와야지.
혼자 떠난 제주 여행, 진정주가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