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읍내 장에 가면, 꼭 들르던 허름한 고깃집이 있었어. 연탄불에 구워 먹는 얄팍한 차돌박이 한 점이면 온 세상 시름이 싹 잊히곤 했지. 엊그제 TV에서 고향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는데, 웬걸, 옛날 그 맛이 너무 그리운 거 있지. 그래서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제주공항 근처에 자리 잡은 “차돌집”이라는 곳이었어. 이름부터가 딱 내 스타일이잖아?
공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15분쯤 달렸을까. 빨간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차돌집”이라고 쓰여 있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어. 아이고, 여기가 맞구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렸어.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어릴 적 시장통 고깃집을 떠올리게 하더라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차돌박이(13,000원)랑 제비추리(14,000원)를 시켰지. 메뉴판을 보니 안창살(17,000원)도 있더라고. 다음에는 꼭 안창살도 먹어봐야겠다 생각했어.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이 쫙 깔리는데, 이야, 이것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하겠더라. 콩나물무침, 김치, 쌈 채소, 그리고 특이하게도 스지 된장찌개가 기본으로 나오는 거 있지! 인심도 후하시지.
차돌박이는 얇게 썰어져서 나왔는데, 핏기가 살짝 도는 게 아주 신선해 보였어. 얼른 불판 위에 올려 구웠지.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어찌나 군침이 돌던지. 노릇노릇하게 익은 차돌박이를 잽싸게 집어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이야!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딱 맞더라.

차돌박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제비추리가 나왔어. 제비추리는 차돌박이보다 조금 더 쫄깃하고 씹는 맛이 있더라.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서 풍미도 더 깊었어.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함께 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 최고였지.
여기서 잠깐! 차돌집의 숨은 공신은 바로 이 스지 된장찌개라 할 수 있지.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오는데, 냄새부터가 아주 예술이야. 스지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국물이 진하고, 두부랑 야채도 푸짐하게 들어있어. 고기 먹다가 느끼할 때쯤, 된장찌개 한 숟갈 뜨면 속이 싹 풀리는 기분 있잖아.

어느새 고기를 다 먹고, 밥 한 공기를 시켜서 된장찌개에 슥슥 비벼 먹었어. 아이고, 배부르다! 옛날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랑 똑같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지.
차돌집은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정겨운 분위기가 참 좋았어. 이모님들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반찬이 떨어지면 알아서 척척 채워주시고, 불이 약해지면 바로 불을 갈아주셨어. 마치 고향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었지. 혼자 여행 온 손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랄까.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이모님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다음에 또 와요!” 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어찌나 정겨우시던지. 차돌집은 정말 ‘사람 냄새’나는 곳이었어.
다 먹고 가게를 나서는데, 어둑한 골목길에 덩그러니 놓인 차돌집 간판이 그렇게 따뜻하게 보일 수가 없더라. 배도 부르고 마음도 따뜻해지고, 정말 행복한 저녁이었어.
참, 차돌집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고기를 즐길 수 있어서 그런지, 현지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꽤 유명한 제주 맛집인가 봐. 내가 갔을 때도 중국인 손님들이 꽤 많더라. 혹시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저녁 시간에는 조금 일찍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주차 공간은 따로 없으니, 가게 앞 도로에 눈치껏 주차해야 하고.

이번 제주 여행에서 차돌집을 발견한 건 정말 행운이었어. 잊고 지냈던 어릴 적 추억도 떠올리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까. 제주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 그리고 된장찌개는 꼭 밥에 비벼 먹어야 한다!
며칠 후, 서울에 돌아와서도 차돌집 된장찌개 맛이 자꾸만 생각나는 거 있지. 조만간 다시 제주에 가서 차돌박이랑 제비추리, 그리고 된장찌개 한 뚝배기 싹 비우고 와야겠어. 그때는 꼭 안창살도 먹어봐야지!

차돌집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나오니, 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시장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그때 그 시절,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했던 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제주에 가면 꼭 다시 들러야 할 맛집 리스트에 저장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