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발을 디디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함께 훅 끼쳐오는 숯불 향에 이끌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설레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제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흑돼지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렌터카를 빌려 드넓게 펼쳐진 연북로를 따라 달리니, 어느새 웅장한 자제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회색빛 현무암으로 지어진 건물은 마치 제주도의 강인한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풍겼다. 건물 앞에 쌓여있는 장작 더미는 이곳의 흑돼지가 특별한 풍미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향하는 동안, 잔잔하게 깔린 조명들이 어스름한 하늘과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높은 천장 덕분에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이 감돌았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마다 따스함을 더하고,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친절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니, 곧바로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흑돼지 전문점답게 다양한 부위의 흑돼지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싱싱한 쌈 채소, 흑돼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파채, 그리고 입맛을 돋우는 다양한 장아찌들이 풍성하게 차려졌다. 특히, 된장찌개는 청국장 스타일로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이 등장했다. 장작불에 초벌 되어 나온 흑돼지는 겉은 노릇노릇하게 익고, 속은 촉촉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불판 위에 올려진 흑돼지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숯불 향을 더욱 강렬하게 뿜어냈다.

잘 익은 흑돼지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육즙이 팡팡 터지면서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숯불 향은 흑돼지의 깊은 맛을 더욱 끌어올려 줬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이곳의 흑돼지는 파채와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흑돼지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신선한 파의 향긋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줬다. 쌈 채소에 흑돼지, 파채, 마늘, 쌈장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된장찌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청국장 특유의 구수한 향이 은은하게 풍겨져 더욱 매력적이었다. 흑돼지와 함께 밥에 비벼 먹으니, 최고의 조합을 이루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식당을 나서기 전, 친절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자제도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제주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제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자제도는 반드시 다시 찾고 싶은 흑돼지 맛집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흑돼지의 풍미,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자제도.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공항 근처라 접근성도 좋고, 뚜벅이 여행자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자제도에서 맛보았던 흑돼지의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장작불 향이 가득했던 그 맛,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늘의 맛집 기행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