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숨겨진 맛, 천짓골에서 찾은 인생 돔베고기 맛집 순례기

오랜만에 떠나는 제주도, 그 설렘은 늘 낯선 섬의 바람처럼 내 마음을 흔든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오직 하나, 돔베고기였다.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당연지사, 그 흑돼지를 가장 맛있게 맛볼 수 있다는 서귀포의 맛집 ‘천짓골’로 향했다. 여행 전부터 수많은 후기를 탐독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돔베고기를 썰어주는 여사장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천짓골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맛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월요일, 문을 열자마자 달려갔음에도 이미 몇몇 테이블은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다. 30분쯤 지나니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제주도민들도 인정한 맛집은 다르구나 싶었다. 좌석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돔베고기 단일 메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흑돼지와 백돼지 중 고민하다가, 역시 흑돼지를 선택했다. 600g에 6만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흑돼지만의 풍미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무 도마 위에 놓인 돔베고기를 집게로 자르는 모습
나무 도마 위에 놓인 돔베고기를 능숙한 손길로 잘라주시는 사장님.

드디어 돔베고기가 나왔다. 도마 위에 큼지막하게 놓인 흑돼지 수육의 자태는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껍데기와 촉촉해 보이는 살코기의 조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특히, 사진에서 보던 여사장님이 직접 칼을 들고 테이블을 돌며 고기를 썰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능숙한 칼솜씨로 돔베고기를 썰어주시면서 부위별 맛과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마치 고기 오마카세를 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소금만 살짝 찍어 드셔보세요. 흑돼지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소금을 살짝 찍어 돔베고기를 입에 넣으니, 그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쫄깃한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코기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흑돼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다양한 밑반찬이 정갈하게 담겨 있는 모습
돔베고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정갈한 밑반찬들.

사장님은 돔베고기를 단순히 썰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주셨다. 젓갈에 버무린 양파와 함께 먹으면 흑돼지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묵은지와 함께 먹으면 새콤한 맛이 더해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고기의 온도감과 육즙을 유지하기 위해 한 번에 다 썰어주지 않고 먹는 속도에 맞춰 썰어주신다는 점이었다. 이미 썰어 놓은 고기는 육수에 담가 촉촉함을 유지하는 세심함까지 엿볼 수 있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따뜻한 몸국의 모습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몸국. 돔베고기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돔베고기를 먹는 중간에 따뜻한 몸국이 나왔다. 제주 향토 음식인 몸국은 돼지 뼈 육수에 모자반을 넣어 끓인 국인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걸쭉하면서도 구수한 국물은 돔베고기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몸국은 따로 판매하지 않고, 돔베고기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제공된다고 한다. 그것도 남기지 않는 한 계속 리필이 가능하다니, 사장님의 후한 인심에 감동했다.

신기한 경험도 했다. 사장님께서 다른 테이블의 고기와 몇 점 교환해서 맛을 비교해 볼 수 있게 해주셨다. 테이블당 한 명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라고 했다. 다른 테이블의 돔베고기는 내가 먹던 부위와는 다른 부위였는데, 정말 맛과 식감이 조금씩 달랐다. 쫄깃한 부위는 더욱 쫄깃하고, 부드러운 부위는 더욱 부드러웠다. 흑돼지 한 마리에서 이렇게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양한 밑반찬들
마늘, 젓갈, 김치 등 돔베고기의 풍미를 더해주는 다채로운 밑반찬.

어느덧 돔베고기 한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600g이라는 양이 적지 않았지만,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돔베고기를 다 먹고 나니, 사장님께서 따뜻한 차를 내어주셨다. 차를 마시면서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돔베고기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천짓골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제주도의 맛과 문화를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돔베고기의 맛은 물론이고, 사장님의 친절함과 정성에 감동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천짓골을 인생 돔베고기 맛집이라고 칭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서귀포에 다시 온다면, 천짓골은 반드시 다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다음에는 백돼지 돔베고기도 맛보고 싶다. 그리고 그 때는 꼭 막걸리와 함께 즐겨야겠다.

도마 위에 놓인 큼지막한 흑돼지 돔베고기
육즙 가득한 흑돼지 돔베고기의 웅장한 자태.

천짓골에서 돔베고기를 맛본 후, 나는 진정한 돔베고기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돔베고기는 단순히 돼지고기 수육이 아니라,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담긴 특별한 음식이었다. 천짓골은 돔베고기를 통해 제주의 혼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먹기 좋게 썰어진 돔베고기의 클로즈업
사장님의 손길이 닿아 더욱 맛깔스러워 보이는 돔베고기.

천짓골을 나서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제주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제주도는 언제나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는 곳이다.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게 될까? 벌써부터 설렌다.

도마 위에 놓인 흑돼지 돔베고기 덩어리
싱싱함이 느껴지는 흑돼지 돔베고기.

천짓골은 서귀포 천지동주민센터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1992년부터 돔베고기 하나로 승부해온 맛집으로,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곳이다. 100% 좌식 테이블로 되어 있으며, 메뉴는 돔베고기 단 하나다. 흑돼지는 600g에 60,000원, 백돼지는 600g에 48,000원이다. 고기를 주문할 때 쫄깃하게, 부드럽게, 살코기 많게, 비계 많게 등 기호를 선택할 수 있다. 몸국은 식사 주문 시 제공되며,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예약은 따로 받지 않으니,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저녁 6시에 오픈하여 10시쯤 마감하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팁이다.

사장님이 돔베고기를 자르는 모습
고기의 결을 따라 정성스럽게 돔베고기를 썰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

돌아오는 길, 귓가에는 파도 소리가 맴돌고, 입안에는 돔베고기의 풍미가 가득했다. 천짓골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해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도 꼭 다시 찾아 뵙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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