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왔으니 고기국수는 먹어줘야 예의 아니겠어?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역시 맛집 탐방이지. 특히 나처럼 혼밥 레벨 만렙에게는 그 어떤 식당도 두려울 게 없다. 오늘은 서귀포 올레시장에 숨겨진 보석 같은 국수집, ‘아방국수’를 찾아 나섰다. 이름부터 정겨운 이 곳, 과연 혼밥러의 기대를 충족시켜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장 골목을 누볐다.
올레시장 안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니, 저 멀리 ‘아방국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돼지국수soup라고 영어로도 적혀있는 간판이 왠지 모르게 귀엽다. 외관은 소박했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아늑함이 혼밥하기에는 딱 좋지.
벽면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정겨운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그림, 해녀 그림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메뉴판 그림이 인상적인데, 앙증맞은 그림체로 메뉴를 설명해 놓은 것이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메뉴는 고기국수, 멸치국수, 비빔국수 등 다양한 국수 종류와 돔베고기, 주먹밥 같은 사이드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혼자 왔다고 어색해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웨이팅이 없었지만, 평소에는 웨이팅이 꽤 있는 모양이다.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봐. 마지막 손님이 될 뻔했다는 어느 방문자의 후기가 떠올랐다. 운이 좋았어, 오늘도 혼밥 성공!
메뉴를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시그니처 메뉴인 고기국수를 주문했다. 가격은 8,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착한 가격이다. 게다가 고기 양이 엄청나다는 후기를 봤으니, 완전 기대 만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나무로 된 벽에는 손님들의 낙서와 사인이 가득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였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드디어 고기국수가 나왔다! 뽀얀 돼지 육수 위에 듬뿍 올라간 고기 고명, 그리고 김가루와 파가 어우러진 비주얼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후추 향이 살짝 감도는 국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얼른 숟가락을 들고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진하고 깊은 돼지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다.
면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은 아니었지만, 국물과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면발이 얇은 것보단 살짝 두툼한 면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잊을 만큼 국물이 훌륭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고기의 양이었다. 정말 ‘고기 반, 국수 반’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보통 고기국수집 가면 고기는 몇 점 들어있지도 않은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정말 인심이 후했다.
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느끼하지도 않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8천 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돼지국밥에 소면을 넣어 먹는 듯한 느낌이라는 후기가 있던데, 정말 딱 그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국물, 면, 고기의 완벽한 조화!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먹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다진 양념을 살짝 넣어봤다. 그랬더니 국물 맛이 확 달라졌다. 칼칼하면서 매콤한 맛이 더해지니,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더욱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다진 양념을 넣으니 마치 일본 라멘 같은 맛이 난다는 후기도 있던데, 나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진 양념은 필수!
함께 나온 깍두기와 김치도 정말 맛있었다. 특히 깍두기는 직접 담근 티가 팍팍 나는,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석박지랑 김치 담근 날짜를 적어놓는 점이 신기했는데, 그만큼 김치 맛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국수랑 김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 문득 사장님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필요한 건 없는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매운맛을 조절해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런 따뜻한 서비스 덕분에, 혼자 왔지만 전혀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해요!
정신없이 국수를 흡입하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국수와 고기를 싹 비웠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8천 원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역시 맛집은 사랑입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도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기분 좋은 배부름과 따뜻한 인심 덕분에, 서귀포에서의 혼밥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다음에 또 서귀포에 온다면, 무조건 재방문할 맛집이다. 그땐 얼큰국밥에도 도전해봐야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아방국수’를 강력 추천한다. 맛있는 국수와 따뜻한 인심, 그리고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다. 올레시장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