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은 언제나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특히 밥때가 되면 ‘혼밥’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걱정 없이, 오히려 기대감을 가득 안고 길을 나섰다. 쌀로 만든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다 소문난 “채색” 카페, 드디어 내가 제주 맛집을 찾아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졌다.
카페 문을 열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달콤한 디저트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따뜻한 조명 아래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은 혼자 온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혼자 앉기 좋은 창가 자리, 카운터석이 마련되어 있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은 날이었는데, 채색은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 완벽한 공간을 선사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한켠에 놓인 커다란 트리 장식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쌀 갸또, 두바이 초코, 흑임자, 보늬밤… 평소 밀가루 디저트를 즐겨 먹지 않는 나에게 쌀로 만든 케이크라는 점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쌀 디저트라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다는 후기를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결정 장애가 있는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케이크 구성이 매번 바뀐다는 점! 하지만 어떤 걸 골라도 후회는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직원분께 추천을 받아 가장 인기 있다는 딸기 쌀 케이크와 따뜻한 아몬드 라떼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 카페 내부를 둘러봤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벽면에 걸린 그림, 은은한 조명, 곳곳에 놓인 작은 소품들까지, 카페 주인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혼자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나처럼 혼자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오히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기 쌀 케이크와 아몬드 라떼가 나왔다. 나무 트레이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마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케이크 위에는 싱싱한 딸기가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고, 뽀얀 크림과 촉촉한 빵 시트가 보기만 해도 군침을 삼키게 했다. 아몬드 라떼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 위에 아몬드 슬라이스가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을 풍겼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사진을 찍는 내내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조심스럽게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입안에 넣었다. 부드러운 쌀 시트와 달콤한 크림, 상큼한 딸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쌀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다. 밀가루 특유의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다. 특히 크림이 과하게 달지 않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왜 다들 쌀 케이크, 쌀 케이크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케이크라 그런지, 먹으면서도 죄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따뜻한 아몬드 라떼는 케이크의 달콤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고소한 아몬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라떼 한 모금을 마시고 케이크 한 입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이 행복,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케이크를 먹는 동안,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밖에는 제주의 푸른 하늘과 야자수가 펼쳐져 있었다.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즐기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여행을 오면 늘 외로움을 느끼곤 했는데, 오늘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케이크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종류의 케이크도 맛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계산대 앞에는 귤이 놓여 있었다. 하나씩 가져가라는 문구가 정겹게 느껴졌다. 제주 인심이란 이런 걸까. 귤 하나를 집어 들고 카페를 나섰다.
채색에서의 혼밥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맛있는 쌀 케이크와 커피, 아늑한 분위기, 친절한 직원분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제주에 혼자 여행을 온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다른 종류의 케이크와 음료도 맛봐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행복을 나누고 싶다.
카페를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정이 나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오늘도 혼밥 성공! 내일은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렌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채색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나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혼자 밥 먹는 것이 두려웠던 나에게,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곳. 그래서 채색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제주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 할 곳,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
채색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앞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면서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 행복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채색,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조만간 또 방문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