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받아 곧장 향한 곳은 제주시 삼도이동, 공항에서 가까운 우도 근고기였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첫 끼니, 왠지 든든한 고기가 당겼다. 제주 맛집은 워낙 많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방문하게 되었다. 늘 그렇듯, 혼밥은 조금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혼자여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2006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노포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커다란 간판에 쓰인 ‘우도 근고기’라는 글자가 정겹다. 참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았다. 다행히 혼자 온 손님도 몇몇 눈에 띄어 안심했다. “혼자 오셨어요?”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네”라고 답하니, 구석 자리에 앉혀주셨다. 혼밥 레벨이 조금 상승한 기분이다.
메뉴판을 보니 흑돼지 근고기가 메인인 듯했다. 흑돼지 오겹살과 목살도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근고기가 끌렸다.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말에 살짝 망설였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근고기 2인분 주세요!” 외치는 내 목소리가 씩씩하게 느껴졌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주문하고 나니,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멜젓, 구운 김치, 고사리, 그리고 특이하게도 호일에 싸인 무언가가 나왔다. 참고) 멜젓은 흑돼지 기름에 살짝 끓여져 나왔는데,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구운 김치와 고사리는 흑돼지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고사리는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시는데,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흑돼지 근고기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덩어리 고기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참고) 고기는 직원분들이 직접 구워주시기 때문에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요즘 제주 고깃집들은 외국인 직원이 많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한국인 직원분들이 능숙하게 구워주셔서 좋았다. 고기를 굽는 스킬이 훌륭했고, 속도 조절 요청도 잘 들어주셨다. 손님이 많았지만 급하게 굽지 않고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작은 수육을 내어주셨다. 야들야들한 수육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한 풍미만 입안 가득 퍼졌다. 역시, 맛집은 서비스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혼자 온 나에게도 이렇게 따뜻한 인심을 베풀어주시니, 왠지 모르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잘 익은 흑돼지 근고기를 맛볼 차례. 첫 점은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봤다. 쫀득쫀득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흑돼지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두 번째 점은 멜젓에 푹 찍어 먹었다. 짭짤한 멜젓이 흑돼지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감칠맛을 더했다. 멜젓은 짜지 않고 딱 알맞은 간이었다. 세 번째 점은 구운 김치, 고사리와 함께 쌈을 싸서 먹었다. 아삭아삭한 김치와 고소한 고사리가 흑돼지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쌈을 한 입 가득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방 부분이었다. 평소 비계를 비려서 잘 안 먹는데도, 안 먹으면 아쉬울 정도로 고소했다. 아마도 훌륭한 그릴링 스킬 덕분에 기름진 느낌은 잡고 풍미만 잘 살린 것 같다. 쫄깃한 껍데기 부분은 오래 구우니 적당히 기름이 빠져 더욱 고소했다. 혼자 왔지만,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고기를 먹던 중, 아까 호일에 싸여있던 것이 궁금해 사장님께 여쭤보니 파스타라고 하셨다. 뜻밖의 메뉴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기대감이 들었다. 호일을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스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흑돼지와 함께 먹기에 좋았다. 사이드 메뉴 치고는 꽤 수준이 높았다. 파스타는 건새우와 버섯이 들어가 있어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흑돼지와 파스타의 조합은 정말 새로웠다.
혼자 흑돼지를 먹고 있자니, 왠지 술이 당겼다. 제주에 왔으니 한라산을 마셔줘야지! 한라산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시원한 한라산 소주를 들이켜니, 흑돼지의 느끼함이 싹 가시는 듯했다. 술이 술술 들어갔다. 혼자 여행의 외로움도 잊은 채, 흑돼지와 소주를 즐겼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청국장을 추천해주셨다. 사장님이 직접 발효시킨다는 5천원짜리 청국장이 훌륭하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청국장의 맛이 궁금해 주문해봤다. 참고)
뚝배기에 담겨 나온 청국장은 보기만 해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쿰쿰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청국장 한 숟갈을 떠서 맛보니, 정말 훌륭했다. 시판 청국장과는 차원이 다른 깊고 진한 맛이었다.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흑돼지를 먹고 난 후 입가심으로 먹으니, 정말 깔끔했다. 5천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청국장은 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술안주로도 제격일 것 같았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에 흑돼지 라면도 주문해봤다. 흑돼지 라면은 그냥 라면에 돼지고기를 얹어주는 메뉴였다. 라면은 신라면을 사용하시는 듯했다. 국물 맛은 익숙했지만, 흑돼지 고명이 들어가니 더욱 풍성한 맛이 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청국장이 훨씬 맛있었다. 흑돼지 라면은 그냥 평범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니, 어느덧 어둑해진 밤거리가 나를 반겼다. 배부르고 따뜻한 기분으로 숙소로 향했다. 혼자 떠난 제주 여행의 첫 끼니는 성공적이었다. 우도 근고기는 저렴한 가격에 흑돼지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와 푸짐한 인심은 덤이었다.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분위기였다.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땐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와서 이 맛있는 흑돼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우도 근고기는 노포 분위기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곳이다. 이색적인 메뉴 구성과 푸짐한 인심은 분명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제주에서 흑돼지에 소주 한잔할 생각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다만, 테이블 식사가 아니고 좌식이라서 불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는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켜준다. 제주에 가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