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길을 잃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굽이굽이 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 내비게이션조차 가끔 길을 헤매는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대신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이끼숲소길’. 제주 소길리에 숨겨진, 이끼의 정원을 품은 카페였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은, 기대 이상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외관은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건물 벽면에 새겨진 간결한 ‘ikki’라는 글자가 세련됨을 더했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평온해졌다. 서둘러 차에서 내려,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그리고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이끼 정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모던했지만, 곳곳에 놓인 식물들과 나무 소재의 가구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나무 테이블은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안성맞춤일 듯했고, 창가 자리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창가 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초록색 이끼가 뒤덮인 돌들과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메뉴를 고르기 위해 천천히 살펴보았다. 커피, 라떼,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와 함께, 소금빵, 케이크, 쿠키 등 베이커리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이끼숲소길 에이드’와 ‘마농 소금빵’을 주문했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에이드는 청량한 초록색 빛깔을 뽐내고 있었고, 소금빵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먼저 에이드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상큼한 레몬 향과 은은한 허브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과하지 않은 단맛은 청량감을 더해주었고, 톡 쏘는 탄산은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숲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금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한 소금과 고소한 마늘 향이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빵의 결대로 찢어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그 어떤 빵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즐겼더라면 더욱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진열해놓은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빵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크루아상, 달콤한 크림이 가득 들어간 도넛, 짭짤한 맛이 일품인 소금빵 등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보석을 진열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맛있는 음료와 빵을 즐기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힐링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카페 내부를 둘러보며, 곳곳에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쪽 벽면에는 이끼를 활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실내를 장식하고 있어,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러 온 사람들,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넓은 정원에서 뛰어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료를 다 마신 후, 나는 이끼 정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카페 뒤쪽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이끼와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비밀의 숲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원 곳곳에는 동백꽃이 피어 있어, 겨울의 삭막함 속에서도 화사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붉은 동백꽃은 초록색 이끼와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했다.

산책을 마치고 카페로 돌아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다시 한번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마치 내가 이 숲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 그리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제주 여행 중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카페를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벽돌 건물과 초록색 이끼 정원은 석양 아래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이곳을 찾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커피 향과 빵 냄새가 가득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이끼숲소길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제주의 숨겨진 맛집, 그곳은 분명 나에게 특별한 제주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