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게 매력이지만, 끼니때가 되면 슬슬 걱정이 밀려온다. 특히 저녁 시간, 북적이는 관광지 식당은 혼밥족에게 왠지 모를 부담감을 안겨주니까. 오늘도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혼밥 가능한 곳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발견한 곳, 낙천리 아홉굿의자마을 근처의 작은 식당 미온당.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문을 열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다행히 대기 손님은 없었다. 식당 앞에 두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었지만, 주변에 알아서 주차해야 할 것 같았다. 뭐,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혼자 밥 먹을 수만 있다면! 둥근 간판에 붉은 글씨로 쓰인 ‘미온당’이라는 이름이 정겹게 느껴진다. 간판 아랫부분에는 세월의 흔적인 듯 약간의 얼룩이 묻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동네 맛집 특유의 푸근함이 느껴졌다. 혼자 온 나를 사장님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메뉴판을 보니 쭈꾸미볶음, 쭈꾸미두루치기, 한치볶음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혼자 먹기에도 부담 없는 쭈꾸미덮밥도 있었지만, 왠지 오늘은 쭈꾸미 삼겹살이 당겼다. 혼자인데 괜찮을까요,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흔쾌히 1인분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역시, 혼밥하기 좋은 곳을 제대로 찾아왔구나!
주문을 마치니,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쭈꾸미를 볶기 시작했다. 커다란 웍에서 화려한 불꽃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불맛을 내기 위해 엄청난 화력으로 초벌을 한다고 한다. 역시 맛집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잠시 후, 드디어 쭈꾸미 삼겹살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빨갛게 양념된 쭈꾸미와 삼겹살, 그리고 콩나물과 양배추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비주얼이었다. 밑반찬은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는 시스템이었는데, 나는 콩나물, 김치, 쌈무를 조금씩 담아왔다.
드디어 쭈꾸미 삼겹살을 맛볼 시간! 젓가락으로 쭈꾸미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불향이 확 퍼지는 맛이 정말 최고였다. 쭈꾸미는 쫄깃쫄깃했고, 삼겹살은 고소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살짝 매웠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계속 젓가락이 향했다.

깻잎에 쭈꾸미와 삼겹살, 콩나물을 함께 싸서 먹으니 매운맛도 중화되고,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쌈무의 새콤달콤함이 매운맛을 잡아줘서 좋았다. 혼자 먹는 밥이었지만, 정말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먹다 보니 사장님이 오셔서 맛있냐고 물어보셨다. 너무 맛있다고, 혼자 먹기에도 양이 푸짐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장님은 웃으시면서, 가끔 혼자 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하셨다. 역시, 나처럼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거겠지?
어느 정도 쭈꾸미 삼겹살을 먹고 나니, 볶음밥이 간절하게 생각났다. 볶음밥 1인분을 추가 주문했다. 사장님은 남은 쭈꾸미 양념에 밥과 김, 야채를 넣고 맛있게 볶아주셨다. 볶음밥 위에는 김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볶음밥을 한 입 먹으니,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쭈꾸미 양념의 매콤함과 김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볶음밥까지 싹싹 긁어먹으니,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맛과 양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사장님은 친절하게 배웅해주셨고, 나는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섰다.
미온당. 겉모습은 평범한 동네 식당이지만, 불맛 나는 쭈꾸미 삼겹살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혼자 여행 와서 제대로 된 밥을 먹기 힘들었는데, 미온당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혼밥족에게 강력 추천하는 제주 맛집이다!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땐 다른 메뉴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특히, 쭈꾸미 철판 구이에 사누끼 우동 사리를 추가하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치와 칠리새우 볶음 세트도 궁금하다.
미온당에서의 혼밥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혼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미온당을 추천하고 싶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장님이 당신을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미온당 방문 팁:
* 저녁 7시 반까지는 가야 주문이 가능하다.
*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기 때문에, 셀프로 필요한 것을 가져와야 한다.
* 가끔 사장님 개인 사정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방문 전에 전화 확인은 필수!
*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면, 맵기 조절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0레벨 맵기는 신라면보다 살짝 매운 정도)
* 모기가 있을 수 있으니, 모기 기피제를 챙겨가는 것도 좋다. (특히 방 안에서 식사할 경우)
미온당에서 맛있는 쭈꾸미 삼겹살을 먹고 나오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일은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주의 밤은 정말 아름답다. 혼자 떠나온 여행이지만, 혼자라서 더 자유롭고 즐거운 것 같다. 내일도 멋진 제주를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