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연신내역, 그 복잡한 출구를 빠져나와 800미터쯤 걸었을까.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들고, 좁은 골목길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벼르고 별렀던 제주 고기 식당 앞에 섰다. 짙푸른 제주 바다가 떠오르는 간판, 그 아래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모습이 마치 섬마을 잔칫날 풍경 같았다.
문을 열자, 따스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고깃집 특유의 기름 냄새 대신, 훈훈한 사람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테이블마다 놓인 둥근 불판 위에서는, 앙증맞은 크기로 초벌된 고기들이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다란 나무 쟁반 위에는 갓 구운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목살과 삼겹살, 그리고 싱그러운 아스파라거스와 버섯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마치 제주 돌담길을 옮겨 놓은 듯한 소박한 아름다움이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폭탄처럼 부풀어 오른 계란찜이 등장했다. 표면에는 윤기가 흐르는 기름과 깨소금이 톡톡 뿌려져 있었다. 수저를 넣어 한 입 맛보니, 마치 구름을 먹는 듯 사르르 녹아내렸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는 2~3인용 고기 세트를 주문했다. 목살 2인분과 삼겹살 1인분으로 구성된, 둘이 먹기에 부족함 없는 양이었다. 잠시 후, 식당 입구 옆 초벌구이 코너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아오르더니, 먹기 좋게 잘린 고기들이 불판 위로 옮겨졌다. 이미 절반쯤 익혀져 나온 덕분에, 우리는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젓가락을 들 수 있었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기본 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을 채웠다. 젓갈 멜젓을 불판 가장자리에 올려 따뜻하게 데우고, 참기름을 두른 종지에 마늘을 가득 담아 함께 구웠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잘 익은 목살 한 점을 멜젓에 푹 찍어 입안에 넣으니, 육즙이 팡 터져 나왔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멜젓과 고소한 육즙이 어우러져, 혀끝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쌈 채소에 고기, 마늘, 쌈장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목살은 정말이지, 육즙이 미쳤다. 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육즙은, 내가 지금껏 먹어본 목살 중 단연 최고였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마치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고기를 먹는 동안, 사장님께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직접 고기를 구워주셨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자르고 뒤집는 모습에서, 오랜 경험이 느껴졌다. 사장님은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 점 한 점 정성껏 구워주시며, 고기의 특징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더욱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반찬은 셀프바에서 얼마든지 리필할 수 있었다. 깻잎 장아찌, 콩나물 무침, 김치 등 다양한 반찬들이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깻잎 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사라지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B세트를 시켰더니, 마지막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나왔다. 입가심으로 완벽한 마무리였다. 외식을 통해 오랜만에 제대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식당은 더욱 아늑하고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연신내 골목에서 만난 작은 제주, 그곳에서의 맛있는 기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가브리살을 꼭 먹어봐야겠다. 그 땐 또 어떤 새로운 맛과 감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되는, 그런 제주스러운 저녁이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미하며 이 맛집의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