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의 향수를 담은, 연남에서 만나는 제주 연어 맛집

연남동 골목길을 걷는 오후, 낯선 듯 익숙한 설렘이 감돌았다. 제주에서 맛보았던 그 신선한 연어의 풍미를 서울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2021년 늦가을, 애월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그곳을 연남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은은한 조명이 감싸는 우드톤의 공간은, 제주에서의 기억을 따스하게 되살려주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 한켠에는 제주를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어, 마치 작은 제주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차분한 공기 속에 감도는 은은한 조명이, 앞으로 펼쳐질 미식 경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정갈하게 놓인 개인 식기
앙증맞은 물고기 그림이 새겨진 간장 종지가 인상적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연어 한 판’이라는 대표 메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흑돼지덮밥이었다. 특제소스로 절였다는 설명에 이끌려, 연어와 흑돼지의 조화로운 만찬을 즐기기로 결정했다. 주문 후, 테이블 위에는 개인 식기가 정갈하게 놓였다. 특히 작은 물고기 그림이 새겨진 간장 종지가 눈에 띄었는데, 섬세한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정성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시원한 제주 위트 에일 생맥주를 주문했다. 투명한 잔에 담긴 황금빛 맥주 위로, 부드러운 거품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한 모금 들이켜니,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함과 은은한 감귤 향이 식욕을 돋우었다. 곁들여 나온 깍두기와 단무지는, 맥주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제주 위트 에일 생맥주
청량한 제주 위트 에일 생맥주는 연어 요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흑돼지덮밥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돼지 위로, 바삭한 마늘 후레이크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흑돼지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달콤 짭짤한 간장 소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마늘 후레이크의 바삭한 식감은, 흑돼지의 부드러움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미각을 자극했다. 짭짤한 맛은 맥주를 부르는 마성의 매력을 뽐냈다.

덮밥을 몇 입 맛보는 사이, 드디어 ‘연어 한 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큼지막하게 썰린 연어회는, 선명한 주황빛을 뽐내며 신선함을 자랑했다. 직원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연어를 직접 손질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어회의 표면은 촉촉했고, 윤기가 흘렀다. 꼬리 구이가 다 떨어져 몸통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이 살짝 아쉬웠지만, 연어회의 퀄리티를 보니 그런 아쉬움은 금세 잊혀졌다.

흑돼지 덮밥과 제주 위트 에일
달콤 짭짤한 흑돼지 덮밥과 시원한 맥주의 조합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연어회 한 점을 조심스레 들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차가운 연어의 감촉이 혀끝에 닿는 순간, мимолетное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천천히 씹을수록, 연어 특유의 풍부한 지방과 섬세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전혀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신선하고 깔끔한 풍미가 오랫동안 입안에 맴돌았다. 큼지막하게 썰린 덕분에, 연어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연어 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껍질 부분은,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풍미를 더했다. 살코기는 부드럽고 담백했는데, 밥 위에 올려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배가되었다. 덮밥을 먼저 먹어버린 탓에 밥 한 공기를 추가하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밥을 곁들여 연어 구이를 음미하리라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옆에 놓인 귤을 발견했다. 제주에서처럼 후식으로 귤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귤을 권해주셨고, 덕분에 상큼한 귤로 입가심을 할 수 있었다. 달콤한 귤즙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배려 덕분에, 이곳에서의 경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메뉴판
흑돼지 덮밥과 사케동의 모습이 보인다.

매장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 이상의, 따뜻하고 편안한 경험을 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연남동에서 만난 작은 제주, 그곳에서의 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초밥과 새우튀김우동을 맛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문득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떠올랐다. 신선한 연어와 흑돼지의 조화,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가격이 다소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맛과 퀄리티를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마치 제주에 다시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곳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연어 초밥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연어 초밥의 황홀경.

나는 이곳을 ‘인생 연어집’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다. 신선한 연어를 맛보고 싶다면, 혹은 제주에서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스노우 스시’는 꼭 맛봐야 할 메뉴다. 눈처럼 소복이 쌓인 치즈가, 연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대왕 연어 초밥 또한, 비주얼과 맛 모두를 만족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맛보고 싶다.

다양한 연어 초밥
신선한 연어와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제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다. 연남동에서 만나는 제주, 그곳에서의 미식 경험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연어 초밥 한 상 차림
눈으로도 즐거운 연어 초밥 한 상.
와인
와인과 함께 즐기는 연어의 풍미.
매장 내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 내부.
포장된 초밥
포장도 깔끔하게 제공된다.
포장된 연어 초밥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연어 초밥.
새우튀김 우동
따뜻한 국물이 일품인 새우튀김 우동.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