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이라는 것이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전날 밤의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한 그릇이 간절해질 때가 있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해운대 미포항 언덕길 골목의 한 대구탕집을 찾게 됩니다. 마치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처럼, ‘미포엔 왜 왔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해장하러 왔다’고 답할 수 있는 곳입니다. 새벽 7시부터 문을 열어 이른 아침부터 든든한 해장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이곳은, 제가 아는 해운대 아침 식사 명소 중 하나입니다.

이곳의 메뉴는 단출합니다. 오로지 대구탕과 대구뽈찜, 두 가지가 전부죠. 그래서 메뉴 고민은 길지 않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대구탕을 주문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섰는데도 벌써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계셨고, 이내 곧 테이블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북적이는 모습이 이 집의 인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차려졌습니다. 가짓수가 꽤 되는 편이었는데, 하나하나 맛을 보니 대체로 평범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멍게젓갈입니다. 이 멍게젓갈이 나중에 대구탕만큼이나 제 식사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 단단히 하게 됩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대구탕이 나왔습니다. 해운대 일대의 다른 대구탕집들처럼, 이곳 역시 뜨끈한 뚝배기에 담겨 나옵니다. 큼직한 대구 살코기가 세 덩이 정도 들어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살코기보다는 얼굴과 아가미 부위인 듯했습니다. 이 부위들이 은근히 쫄깃하고 살맛이 풍부해서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국물은 송송 썬 청양고추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보기만 해도 칼칼함이 느껴집니다. 한 숟갈 떠먹어보니, 예상대로 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숙취 해소에 이만한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개운함이 살아있었죠. 제 입맛에는 식초를 몇 방울 첨가하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나는 것이, 숟가락으로 떠먹기보다는 뚝배기째 들고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제 멍게젓갈 이야기를 해볼까요. 되직한 양념 속에서 멍게 특유의 바다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김을 넉넉하게 내주는데, 따끈한 밥 위에 멍게젓갈을 얹고 김으로 돌돌 말아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멍게젓갈의 알싸함과 김의 향긋함, 밥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계속해서 손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대구탕 국물만으로도 충분히 해장이 될 수 있었지만, 멍게젓갈 덕분에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했습니다.

냉동 대구를 사용한다고 들었지만, 크기가 워낙 실하고 선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두일미’라는 말처럼, 입안에서 끈적하게 감도는 부드러운 살결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본연의 맛이 더욱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물론, 생선이다 보니 가시가 약간 거슬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개운함과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맑은 정신으로 아침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블루라인파크 산책로를 걸으니 비로소 제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의 메뉴 가격은 대구탕 15,000원, 대구뽈찜은 45,000원과 60,000원 두 가지 사이즈로 판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조) 15,000원의 대구탕 가격은 해운대라는 지역적 특성과 푸짐한 양, 그리고 맛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말에는 손님이 몰려 대구 식감이 다소 질겼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평일 점심 시간대를 살짝 피해서 방문하면 좀 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일 11시 30분쯤 방문 시 한산하다가 12시를 기점으로 손님이 몰리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가게 앞에 서너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집은 특히나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로 해장을 제대로 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멍게젓갈의 독특한 풍미를 즐기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음번 방문 때는 대구뽈찜도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아침 식사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