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낯선 도시의 품에 안겨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채워줄 따뜻한 한 끼를 찾아 나섰다. 목적지는 아름다운 동해를 품은 영덕.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의 한 식당이 나를 맞이했다. 인구 3만 남짓한 작은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넓고 쾌적한 공간은 첫인상부터 긍정적이었다. 낡은 건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은 날아가고,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와 정갈한 테이블 세팅에서 이곳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지도 않고 마음속으로 정해둔 메뉴는 단 하나, 바로 돌솥밥이었다. 이곳을 찾기 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돌솥밥의 밥이 너무 찰지고 맛있다’는 말, ‘약수로 밥을 해서 색깔이 독특하다’는 묘사. 이 모든 이야기가 뇌리에 깊숙이 박혀, 이곳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따뜻한 미소의 직원분이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테이블 위를 부드럽게 감쌌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곧이어 상에 차려지기 시작한 음식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하나같이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작은 접시에 소담스럽게 담겨 나왔다. 김치를 비롯해 멸치볶음, 장아찌, 나물 무침 등 10가지가 훌쩍 넘는 가지 수에, 보는 것만으로도 푸짐함이 느껴졌다. ‘직접 손으로 하신 반찬들이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셨다’는 후기를 떠올리니, 이 음식들이 얼마나 정성껏 준비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붉은 양념으로 먹음직스럽게 버무려진 생선조림과, 노랗게 튀겨진 듯한 오이무침이었다. 생선조림은 윤기가 좌르르 흘러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질 것만 같았고, 오이무침은 묘한 비주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반찬들은 하나같이 달거나 짜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은은한 간이 인상적이었다. ‘경상도 스타일로 액젓으로 간을 하는 편’이라는 후기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선사했다. 특히 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적절한 신맛이 돌솥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이 등장했다.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고소한 밥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 찰지고 윤기가 흘렀다.

정말이지, 밥맛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숟가락으로 밥을 뜨는 순간, 밥알의 찰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함께 제공된 약수물로 지었다는 밥은 양양 오색약수에서 지은 밥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더욱 신기했다. 밥을 퍼내고 난 뒤 돌솥에 부은 물 역시 맹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돌솥밥을 한 숟가락 맛보니, 밥알의 찰기와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갓 지은 밥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 나왔다. 곁들여 나온 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은 배가 되었다. 특히, 짭조름한 멸치볶음이나 매콤한 김치와 함께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함께 나온 밥도둑, 바로 튀김 요리였다. 바삭하게 튀겨진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여 밥과 함께 먹기에도, 혹은 그냥 간식으로 먹기에도 좋았다. 맵지 않고 고소한 맛이라 아이들도 좋아할 맛이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돌솥에 부어둔 물로 숭늉을 만들어 마셨다. 구수한 숭늉은 따뜻하게 속을 달래주었고, 식사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이곳이 왜 ‘최고의 밥집’이라 불리는지, 왜 ‘어른들과 가기 좋다’는 평이 많은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바깥 음식은 잘 드시지 못하는 어머니께서도 과식을 하실 정도였다니, 그 맛과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만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따뜻한 정과 푸짐한 인심을 느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영덕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영덕에 가면 100% 재방문’이라는 후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영덕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따뜻한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갈한 한 끼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찰진 돌솥밥과 다채로운 반찬들이 당신의 미식 탐험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