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유성을 잇는 길목, 낯선 듯 익숙한 풍경 속에 자리한 ‘식후경’은 처음 발을 디딜 때부터 나를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이곳을 발견했을 때,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도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점, 그리고 넉넉한 주차 공간은 여행 중 잠시 쉬어가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30여 대를 거뜬히 수용할 수 있다는 주차장은 이른 점심시간임에도 벌써 몇몇 차들로 채워져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산뜻하고 청결한 분위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붉은 벽돌과 푸른 유리창이 어우러진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식기들은 반짝였고, 공기 중에는 기분 좋은 음식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여러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거쳐 갔음을 짐작케 하는, 정겨우면서도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훑어보며 가장 기본적인 ‘정품 순두부’와 이곳의 명물이라 알려진 ‘석갈비’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에 시선이 머물렀다. ‘순두부 전문점’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다양한 순두부 메뉴가 있었지만, 처음 방문한 만큼 시그니처 메뉴는 놓칠 수 없었다. 2만 원이라는 가격은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다. 솥밥과 석갈비, 순두부가 함께 나오는 구성은 든든한 한 끼 식사를 기대하게 했다. 밥은 모두 돌솥밥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밥을 다 먹고 숭늉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이 머릿속을 채웠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맛깔스러운 기본찬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헤아려보니 여섯 가지가 넘는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갓 지어 나온 따뜻한 밥과 함께 곁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었다. 잠시 후, 묵직한 돌솥밥이 도착했다. 갓 지어져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솥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뚜껑을 열자 구수한 밥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며 식욕을 한껏 돋우었다. 뜸 들이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했지만, 기다림마저 즐거웠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순두부찌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붉은 국물 위로 부드러운 순두부와 신선한 해산물, 그리고 알싸한 파와 고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갓 깨뜨려 넣은 듯한 노른자가 동동 떠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순두부를 떠 한 입 맛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부드럽고 순한 맛이었다.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는데, 바지락의 시원함과 해산물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굳이 특별함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편안하고 맛있는, 딱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이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석갈비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 먹기 좋게 썰린 석갈비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은은한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달콤짭짤한 양념 냄새는 그야말로 군침을 돌게 했다. 고기는 냄새 하나 없이 부드러웠고, 양념은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적절한 맛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큼직하게 썬 양파와 함께 씹히는 식감 또한 일품이었다.

함께 나온 기본 찬들은 석갈비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갓 지어 따뜻하게 나온 돌솥밥에 석갈비를 얹어 쌈으로 싸 먹었을 때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는 찰진 식감과 석갈비의 풍부한 육즙, 그리고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했다.
식사를 거의 마쳐갈 무렵, 돌솥밥에 따뜻한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었다. 구수한 숭늉 한 잔은 식사의 마무리를 더욱 깔끔하고 만족스럽게 해주었다. 넉넉한 인심과 정갈한 맛,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이곳 ‘식후경’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사실, 처음 방문객들의 후기 중에는 순두부의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나, 해산물이 신선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리필을 위해 직접 주방까지 가야 하는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순두부는 부드럽고 담백했으며, 해산물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반찬 리필 시스템에 대한 부분은 조금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작은 아쉬움들은 ‘석갈비’의 훌륭한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돌솥밥이 주는 든든함으로 충분히 상쇄되었다.
세종이나 유성 지역을 지나는 길이라면, 혹은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식후경’을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특히, 석갈비와 순두부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번 방문에는 다른 종류의 순두부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곳은 재방문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