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아침은 늘 설렘과 약간의 허기로 시작된다. 특히 전날 밤,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기울인 술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날이라면 더욱 그렇다. 1월의 마지막 날, 따스한 햇살에 이끌려 무작정 해안도로를 걷다 발견한 “서현해장국”은 그런 나에게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얀 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인 ‘서현해장국’ 네 글자가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하고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장국집에 들어서면 으레 풍겨오는 쿰쿰한 냄새 대신, 갓 지은 밥 냄새와 은은한 사골 육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해장국이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은 잠시, 메뉴판을 훑어보며 어떤 해장국을 맛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소고기 해장국, 내장탕, 선지해장국… 다 맛있어 보여서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가장 기본인 소고기 해장국을 주문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애월 바다를 감상했다. 잔잔한 파도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해가 질 무렵에는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며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한다고 하니, 다음에는 저녁 시간에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소고기 해장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선지와 푸짐한 양의 고기, 콩나물, 당면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요즘 해장국집들 양 논란이 많은데, 이 집은 정말 푸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국물 한 모금을 맛봤다.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과음으로 지쳐있던 속이 단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한 국물은 계속해서 숟가락을 부르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큼지막한 선지는 신선해서 잡내 하나 없이 고소했다. 부드러운 시래기와 아삭한 콩나물은 국물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넉넉하게 들어간 소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 부드러웠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국물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깊게 배어들어, 씹을수록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다이어트 때문에 밥을 잘 안 먹는 편인데, 이 날은 정신을 놓고 3그릇이나 비워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울적했던 기분도 싹 사라지는 듯했다.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서현해장국은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훌륭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해주셨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손님들에게는 사골국물을 따로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서현해장국은 넓은 주차장을 완비하고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또한, 매장이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깨끗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다음에는 꼭 내장탕과 돔베고기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게를 나섰다. 특히 돔베고기는 쫀득하고 푸짐하다고 하니, 술 한잔 곁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혼자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돔베고기 세트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가져본다.
서현해장국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곳이었다. 제주 여행 중 해장할 곳을 찾는다면, 혹은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다면 서현해장국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애월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해장국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식당, 서현해장국. 나는 앞으로도 제주에 방문할 때마다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맛과 따뜻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제주 애월에서 만난 인생 해장국 맛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