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구례 여행은 산수유와 화엄사 홍매화를 보러 간 거였어요. 겸사겸사 맛있는 것도 좀 먹어보자 싶어서 미리 봐뒀던 ‘부부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세상에나.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는데도 대기가 1시간이라니! 이런 인기 맛집은 처음이라 살짝 당황했지만, 뭐 어때요. 바로 옆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길래 발걸음을 옮겼어요. ‘구례애’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죠.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여기 진짜 물건이었어요.

문 앞에 서서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사실 메뉴 고민할 필요도 없었어요. 딱 ‘고등어구이 정식’ 하나더라고요. 아니, ‘구례애밥상’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1인당 10,000원이라고 하니, 솔직히 가격 듣고 조금 놀랐죠. 요즘 물가에 이 가격이라니, 싶었거든요.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식당 안이 꽤 아기자기하고 정감 가는 분위기였어요. 오래된 집 같으면서도 따뜻한 조명과 우드톤 인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줬죠. 천장에 달린 잔잔한 조명들이 마치 캠핑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더라고요. 밥이 나오기 전, 따뜻한 숭늉을 먼저 내어주셨는데, 이게 또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더라고요. 차가운 물 대신 숭늉을 주시는 센스, 벌써부터 합격점이었어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밥상이 나왔어요. 와, 진짜 입이 떡 벌어지는 거 있죠? 10,000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푸짐함에 넋을 잃었어요. 밥 한 공기에 고등어구이, 제육볶음, 간장게장, 그리고 정말 먹음직스러운 청국장까지! 거기에 신선한 쌈 채소와 깨알 같은 밑반찬들까지 더해지니, 이건 뭐 그냥 밥상이 아니라 한정식 부럽지 않은 밥상이었어요.



가장 먼저 집어 든 건 고등어구이였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구워진 고등어는 비린내 하나 없이 담백했어요. 밥 위에 올려 한 입 먹으니, 왜 여기를 추천하는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큼직하게 나온 고등어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는데, 이거 정말 가성비 최고 아닌가요?
그리고 이 청국장! 사진으로만 봐도 구수함이 느껴지실 거예요. 냄새부터가 딱 ‘집밥’ 느낌 제대로 나는 청국장이었어요. 두부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콩의 씹히는 식감도 살아있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어떤 분은 이게 좀 짭짤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저는 딱 좋더라고요. 밥 비벼 먹기에도 좋고, 그냥 떠먹기에도 좋았어요.

제육볶음도 빼놓을 수 없죠. 달콤한 양념에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잘 어우러져서 밥도둑이 따로 없었어요. 쌈 채소에 마늘, 쌈장 넣고 한 쌈 크게 싸서 먹으면… 크으,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싶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제육볶음이 케첩 소시지 볶음 맛 같다는 평도 있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양념이 너무 강하지 않고 적당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이 간장게장! 알이 꽉 찬 게장이 정말 신선했어요. 짜지 않고 적당히 달큰한 양념이 게살의 감칠맛을 한껏 끌어올려 줬어요. 밥도둑이 따로 없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버렸답니다. 같이 나온 밥에 게장 양념 비벼 먹어도 얼마나 맛있게요.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성이 느껴졌어요. 겉절이 김치, 콩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멸치볶음, 그리고 이름 모를 장아찌까지. 자극적이지 않고 집에서 밥 해 먹는 것처럼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있는 반찬들이었어요. 하나하나 맛이 좋아서 젓가락이 계속 갔답니다. 특히 겉절이는 아삭함과 매콤함이 살아있어서 제육볶음이랑 같이 먹으니 환상 궁합이었어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절함이었어요. 식당이 바쁜 와중에도 직원분들이 웃는 얼굴로 응대해주시고, 필요한 게 없는지 계속 신경 써주시더라고요. 마치 친척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세심한 서비스 덕분에 식사 내내 기분이 좋았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부부식당’ 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곳이었는데, ‘구례애’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왔어요. 10,000원이라는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집밥 한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었죠. 마치 고향집에 온 것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할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정갈한 음식들까지. 구례에 다시 간다면 무조건 다시 찾을 곳이에요.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구례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구례애’에서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 꼭 경험해보세요. 기다림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