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부산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꼽혀온 ‘거인통닭’을 드디어 제 발길이 닿았습니다. 시장통 골목길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했던 옛 모습에서, 이제는 더욱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으로 이전했다는 소식에 방문 전부터 기대감이 컸습니다. 늦은 오후, 부평 깡통시장 인근에 자리 잡은 이전한 매장 앞에 섰을 때, 큼지막한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문 앞에 걸린 ‘이전 안내’ 현수막은 시장 골목길의 추억을 간직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2025년 3월 22일부로 기존 위치에서 이전하여 영업 중이라는 안내문을 보니, 이곳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많은 분들이 이미 발걸음을 옮겼을 거라 짐작되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이전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은은한 조명과 차분한 벽면, 그리고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특히 벽면을 장식한 오래된 사진들은 이곳의 역사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나 오랜 명성만큼이나 단출하면서도 핵심적인 메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거인통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인 메뉴는 단연 ‘통닭’이었습니다. 후라이드 단일 메뉴로, 양념은 선택 사항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가격은 26,000원으로, 최근 치킨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올랐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의 품질과 양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이 갔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갓 튀겨내는 통닭을 향한 기대감에 마음이 더욱 설렜습니다. 튀김옷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소리는 마치 그 자체로 맛있는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이내 기다림 끝에 등장한 ‘거인통닭’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큼지막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온 통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얇으면서도 바삭하게 튀겨진 튀김옷은 갓 튀겨져 나왔을 때의 황홀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짙은 황금빛을 띤 튀김옷 사이로 보이는 뽀얀 속살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음을 짐작게 했습니다.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 ‘아, 이게 바로 그 맛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튀김옷은 마치 얇은 껍질처럼 바삭했고, 속살은 놀랍도록 야들야들했습니다. 튀김옷에 얇게 입혀진 카레 향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풍미를 더해주어, 닭고기 본연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간은 적절하게 되어 있어 별도의 소스 없이도 충분히 맛있었습니다.
함께 제공된 양념 소스는 묽은 편이었지만, 다진 마늘의 알싸함과 적당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어 후라이드 치킨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튀김옷이 얇아 기름기가 적고, 닭고기는 퍽퍽한 부위조차도 부드러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2명이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3명이 방문한다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푸짐함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닭 조각들이 자잘하게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노랑통닭’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데, 덕분에 튀김옷과 속살의 비율이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갓 튀겨 나왔을 때의 그 바삭함은 현장에서 먹었을 때 가장 극대화되지만, 포장해서 집에서 먹었을 때도 눅눅함 없이 꽤나 오랫동안 바삭함을 유지하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식감이 변하긴 하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떤 분들은 가격이 비싸졌다거나, 예전보다 맛이 변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제가 경험한 ‘거인통닭’은 여전히 부산을 대표할 만한 훌륭한 맛과 양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이전한 매장의 깔끔함과 직원분들의 친절함은 서비스 측면에서도 만족감을 더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치킨 한 끼를 넘어, 부산의 옛 정취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갓 튀겨낸 바삭한 튀김옷, 야들야들한 속살, 그리고 푸짐한 양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거인통닭’에서의 경험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 부산 방문 시에도 꼭 다시 들러, 이 특별한 맛을 다시금 음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부산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 옛 추억과 현재의 맛을 동시에 선사하는 ‘거인통닭’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