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으로 향하는 길, 어느덧 하늘은 옅은 황혼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낯선 도시의 낯선 골목길을 걷는 설렘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목적지 근처에 다다르자, 저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은은한 빵 냄새가 나의 미각을 간질였다. 마치 오랜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정겨움 그 자체였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간판에는 ‘효도찐빵’이라는 글씨가 붓글씨체로 쓰여 있었다. 찐빵 가게라고 하기에는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졌다. 많은 관광객과 현지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마치 이곳에 들르지 않고는 고창을 제대로 맛봤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온화한 온기와 함께 갓 쪄낸 찐빵의 구수한 향이 나를 반겼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찜기 위에는 뽀얀 찐빵들이 둥글게 자리 잡고 있었다. 손으로 직접 빚은 듯한 동글동글한 모양새,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정성이 느껴졌다. 찐빵을 만지는 손길은 능숙하고도 부드러웠다.

주문한 찐빵 네 개가 따뜻한 김을 내뿜으며 내 앞에 놓였다. 겉보기에는 여느 찐빵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은 전혀 달랐다. 쫄깃하면서도 폭신한, 살아 숨 쉬는 듯한 반죽의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숨을 쉬는 듯하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씹을수록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탄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사실 나는 팥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너무 달거나 텁텁한 팥은 찐빵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곳의 팥은 달랐다. 부드럽게 으깨진 팥 알갱이들은 텁텁함 없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강렬한 단맛보다는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 그리고 팥 본연의 고소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과하게 달거나 짜지 않아, 오히려 찐빵의 풍미를 더욱 돋우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오히려 이런 순수한 맛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효도찐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찐빵은 왠지 모르게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넉넉한 인심으로 챙겨주시던 따뜻한 빵 한 조각처럼, 이곳의 찐빵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일까, 네 개의 찐빵은 금세 사라졌고, 나는 곧바로 박스 포장을 요청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와 합리적인 가격 또한 이곳의 매력을 더했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시대에, 정직한 가격으로 이토록 훌륭한 맛을 선사한다는 것은 분명 큰 가치다. 재방문 의사가 매우 높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찐빵은 단연 최고였지만, 다른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렸다. 만두에 대한 평은 엇갈렸지만, 찐빵에 대한 찬사는 압도적이었다. 역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찐빵임이 분명했다.
가게를 나서면서,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있었다. 따뜻한 찐빵 하나가 전해준 위로와 행복은, 길었던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했다. 고창의 품에서 발견한 이 작지만 위대한 보석 같은 맛은, 나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따뜻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