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 으레 그렇듯 낡은 건물들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정한 보물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오늘, 그 보물창고를 찾은 기분이다. 오래된 듯하면서도 정갈한 외관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간판에 새겨진 상호명 ‘광**석쇠구이’는 왠지 모를 친근함과 기대를 안겨준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우리 동네 맛집’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고기 굽는 냄새와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숯불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주방이 훤히 보이는 구조라 더욱 믿음이 갔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테이블 몇 개에는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2인분 메뉴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곧 식사가 나올 것을 기대하며 잠시 기다렸다.

이곳의 시스템은 참으로 정직했다. 주문이 들어가면 그때서야 신선한 고기를 꺼내 석쇠에 올리고 굽기 시작한다. 미리 데워놓거나 쟁여두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 후 음식을 만드는 ‘슬로우 푸드’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조금의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깊은 정성과 올곧은 신념이 느껴지는 듯했다. 3일간의 짧은 여행 중 이곳이 단연 최고의 맛집으로 기억될 것 같은 예감이 스쳤다.
나는 ‘소금석쇠구이 2인분’을 주문했다. 4명이 와도 충분할 만큼 넉넉한 양이라는 말이 공감될 정도로, 접시에 담겨 나온 고기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고, 갓 구워진 고기의 윤기는 침샘을 폭발시켰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반찬’이다. 9천 원에서 1만 2천 원 사이의 가격으로 메인 메뉴를 시키면 12첩, 계란찜과 김치전까지 합하면 14첩에 달하는 푸짐한 반찬이 제공된다. 단순히 가짓수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상추의 끝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 3인 상차림에도 이렇게 싱싱하고 깨끗한 상추를 양쪽에 넉넉하게 내어주는 곳은 정말 드물다. 식당을 꽤 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신선하고 품질 좋은 채소를 아낌없이 주는 곳은 처음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가게의 퀄리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운이 좋게도 제철 메뉴인 ‘김장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갓 담근 김치의 신선함과 깊은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3주 정도 지난 지금, 사진을 올리면서도 그때의 맛을 떠올리니 다시금 군침이 돈다. 이처럼 계절감을 살린 제철 반찬은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석쇠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소금석쇠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했다. 숯불의 은은한 향이 고기 본연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함께 제공된 쌈 채소와 곁들여 먹으니 맛의 풍미가 배가 되었다. 특히 함께 나온 쌈장에는 밥, 배추, 고추 가루, 돼지 고기(국내산) 등이 들어간 듯한, 직접 만든듯한 소스가 곁들여져 나와 독특하면서도 감칠맛을 더했다.
물론, 이 집이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웨이팅이 좀 있고, 주차도 다소 어려운 편이다. 또한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은 테이블에 차려지는 맛있는 음식과 후한 인심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 곳이기에, 조금의 기다림은 기꺼이 감수할 만했다.
마지막으로, 이 집을 지날 일이 생긴다면 주저 없이 다시 찾아갈 의사가 충분하다. 그것이 이 식당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오래도록 동네 사람들에게 기억될 이유일 것이다. 북적이는 번화가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숨겨진 골목길에서 발견하는 보석 같은 식당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