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 어쩌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동네에 들어섰다. 오늘 제가 향할 곳은 꽤 오래전부터 입소문을 타왔던 횟집. “가격 대비 양이 정말 푸짐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사실 이런 곳들은 종종 맛보다는 양으로 승부한다는 편견도 있기 마련이다. 과연 이곳은 어떤 경험을 선사해줄까, 설레는 마음 반, 약간의 경계심 반으로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토요일 아침 9시임에도 불구하고 1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평일에는 전화 주문 후 원하는 시간에 픽업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갔기에, 주말 오픈런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가게 내부를 살짝 엿보니, 신선한 해산물을 보관할 냉장고들과 주문을 준비하는 분주한 손길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테이크아웃 전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가장 기대했던 메뉴는 역시나 ‘모듬회’. 6만원짜리 대 사이즈 기준 3명이 먹기에 충분하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주문했다. 26년 2월 기준으로 대(60,000원), 중(50,000원), 소(40,000원)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인원수에 맞춰 선택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중 사이즈(50,000원)도 2인 소식좌 기준으로는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넉넉하게 즐기고 싶거나 곁들임 메뉴까지 맛보고 싶다면 대 사이즈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외벽에 커다랗게 적힌 전화번호와 ‘TAKE OUT & DELIVERY’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말의 북적임을 피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에 미리 전화로 주문을 넣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오후 3시부터 픽업이 가능하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면 된다.

드디어 기다림 끝에, 포장된 회를 받아 들었다. 하얀 비닐봉투에 담긴 묵직한 무게감은 그 자체로 푸짐함을 예고하는 듯했다. 봉투 안에는 신선한 모듬회가 큼직하게 담겨 있었고, 곁들임 찬들도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김, 쌈무, 락교, 생강, 마늘, 고추, 그리고 쌈장과 간장, 초장까지. 왠만한 횟집에서 제공되는 것들을 빠짐없이 챙겨주셨다.

이제 본격적으로 맛볼 시간. 뚜껑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정말이지 ‘압도적인’ 비주얼이었다. 얇게 썰어낸 것이 아닌, 두툼하고 먹음직스럽게 썰어낸 회의 양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냈다. 연어, 광어, 그리고 제철을 맞은 방어까지. 각 종류별로 먹음직스럽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특히 방어는 붉은빛이 도는 선명한 색깔과 윤기가 흘러, 보기만 해도 고소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먼저 방어부터 집어 들었다. 제철을 맞아 기름기가 제대로 오른 방어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고소함 그 자체였다. 쌈장에 신선한 야채를 곁들여 먹으니,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했다. 평소에는 초장파지만, 이곳의 회는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회 본연의 신선한 맛과 감칠맛이 오롯이 느껴졌다.

광어 역시 쫄깃한 식감과 비린 맛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연어는 부드러운 살결과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함께 제공된 김에 회를 올리고 밥, 쌈장, 마늘을 곁들여 먹으니 마치 초밥을 먹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넉넉한 양 덕분에 다양한 방법으로 회를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쌈장이었다. 리뷰에서 ‘이상한 맛’, ‘알코올 맛’이라고 표현된 것을 봤는데, 저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소주를 넣은 듯한 독특한 향이 느껴져서 회 본연의 맛을 해칠까 봐 많이 찍어 먹지는 못했다. 이 부분은 조금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 작은 아쉬움은 다른 장점들로 충분히 상쇄되었다.
회를 다 먹고 나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운탕’이다. 이곳에서는 ‘서더리탕’이라고 불리는 매운탕을 함께 즐기도록 추천하는데, 실제로 주문해서 먹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선한 생선뼈와 야채가 어우러져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을 자랑했다. 이 매운탕 덕분에 횟집에서의 식사가 더욱 풍성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회를 주문할 때 머리와 내장, 그리고 매운탕을 함께 묶어서 판매하는 구성도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이 구성도 꼭 시도해보고 싶다. 머리에서 나오는 풍부한 살점과 매운탕의 조화는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가격 대비 푸짐한 양과 신선한 맛, 그리고 곁들임까지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물론 쌈장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단골들에게는 이미 보물 같은 곳이겠지만, 아직 방문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꼭 한번 추천하고 싶다. 특히,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신선하고 맛있는 회를 푸짐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주말에는 오픈런은 필수, 평일에는 미리 전화 예약하여 시간을 절약하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