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출출한 배를 채우러 오랜만에 나선 길이었어요.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는데, 저 멀리서부터 따뜻하고 포근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눈에 띄더군요. 상호명 ‘유프로네’를 보고는 왠지 유럽의 어느 신비로운 여신 이름이라도 떠올랐는데, 알고 보니 동네 골프장 다니시는 분의 가게라 그렇게 지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이름 덕분에 처음부터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답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웅장한 건물이 밤의 고즈넉함과 어우러져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어요. 큼지막한 간판에 ‘SINCE 1999’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꽤 오래된 곳이구나 싶었죠. 가게 앞에는 가지런히 주차된 차들이 있었고, 안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아늑한 조명과 나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저를 반겨주었어요. 테이블마다 정갈하게 세팅된 식탁을 보니, 이곳에서 식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곳이 한우 구이 전문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점심에 방문하면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저녁 식사로는 기름진 느낌이 조금 있다는 평도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그 풍부한 맛이 기대되기도 했어요. 밑반찬들도 정갈하게 나온다는 이야기에, 어떤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을 마쳤습니다.

가장 먼저 제 앞에 놓인 것은 바로 ‘더덕 비빔밥’이었습니다. 황태살 같은 독특한 식감에, 양념이 어우러진 그 맛이 일품이었어요. 밥 한 숟가락을 뜨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다채로운 향과 맛이 마치 옛날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런 맛 같았습니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더덕의 향긋함과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이어서 나온 ‘두부 부침’은 정말이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두툼한 두부는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얼마나 부드러운지요. 들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곁들임 반찬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죠. 두부의 씹는 맛이 살아있어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메인 메뉴처럼 푸짐하게 차려진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갓 담근 듯한 김치 종류부터, 입맛을 돋우는 나물 무침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모두 맛있었습니다. 특히 불맛이 살짝 느껴지는 더덕구이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였어요. 쫄깃한 더덕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젓가락이 멈추질 않았답니다.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바로 ‘육회 비빔밥’과 ‘익힌 육회 비빔밥’이었어요. 신선한 육회와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비빔밥은 고소한 참기름 향과 함께 입안을 풍성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익힌 육회 비빔밥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는데, 훈연된 듯한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습니다. 밥 한 숟가락, 비빔밥 한 숟가락, 그렇게 제 뱃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순간이 행복이었어요.
저녁 식사로 소고기 구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점심 메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특히 ‘육개장’은 14,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푸짐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어요.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어, 추운 날씨에 제격이었습니다. 건더기도 실하게 들어있어서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함이 느껴졌죠.
솔직히 가격대가 조금 높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의 정성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다음에는 꼭 저녁 시간에 방문해서, 그 유명하다는 한우 구이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함께 간 일행도 만족스러워하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하더군요.
골프장에서도 가깝고, 식사도 든든하게 할 수 있어서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곳의 음식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할머니 손맛 같은 따뜻하고 깊은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한 숟가락 뜨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맛. 오랜만에 정말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행복한 저녁 식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