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괴산을 찾았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맛있는 한 끼에서 시작되기도 하는 법. 현지인들의 소박한 밥상 같은 곳을 떠올리며 ‘옛날식당’이라는 상호에 이끌려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방문 전에는 ‘옛날식당’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정감 외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허름한 가게에서 뚝배기 하나를 두고 밥을 먹는 그런 풍경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릴 만큼, 따뜻한 사람과 정갈한 음식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특히 함께 나오는 정갈한 밑반찬들의 조화는 마치 고향집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처럼 든든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나무 향과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내부 공간은 넓고 천장이 높아 답답함이 없었다. 오래된 듯하면서도 깔끔하게 관리된 인테리어는 시골집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나무 상자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벽면에는 익숙한 시계와 글귀들이 걸려 있어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익숙한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마치 오랜 친구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복잡한 도심과는 다른, 한적한 시골의 여유로움을 담고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식사 메뉴는 정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주변에서 추천이 많았던 ‘생선구이정식’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사장님께서 따뜻하게 띄워진 군밤을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소소한 서비스였지만, 갓 구워져 나온 따뜻한 군밤은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고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었다. 역시 ‘옛날식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푸근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선구이정식이 상에 올랐다. 밥공기에는 알록달록한 곡물과 견과류가 섞인 잡곡밥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옆으로 따뜻한 숭늉이 함께 나왔다. 밥은 갓 지은 듯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의 시작은 늘 밥과 국으로 하는 나에게는 이 숭늉 한 그릇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메인 메뉴인 생선구이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나왔다. 큼직한 생선 두 토막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으로, 비린 맛 없이 담백한 맛을 자랑했다. 어떤 생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살이 꽉 차 있어 발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밥 위에 한 점 올려 간장 양념을 살짝 찍어 먹으니 꿀맛이었다.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 밑반찬에 있었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8가지 정도의 반찬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냈다. 매콤한 김치는 물론, 아삭한 콩나물무침, 새콤달콤한 장아찌, 짭짤한 젓갈, 그리고 쫄깃한 식감의 어떤 채소 무침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맛있었다. 특히 한쪽에 놓인 큼직하게 썰어낸 무나물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었다. 밥 위에 반찬을 골고루 올려 쌈을 싸 먹기도 하고, 밥과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도 하면서 즐거운 식사를 이어갔다.

밑반찬 중에는 청국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청국장 하면 특유의 진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메뉴인데, 이곳의 청국장은 냄새가 강하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다. 오히려 향이 조금 덜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진한 된장 베이스에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구수하면서도 속이 편안해지는 맛이었다. 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좋고, 그냥 떠먹어도 든든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께서 수시로 오가며 필요한 것은 없는지, 음식은 입맛에 맞는지 물어봐 주셨다. 친절함은 물론, 마치 오래된 단골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과하게 친절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따뜻함이 느껴져 더욱 좋았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음식 맛은 물론, 기분 좋은 식사 경험까지 더해졌다.
전반적으로 ‘옛날식당’은 집밥처럼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정갈하게 차려지는 다양한 밑반찬들은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괴산을 방문하는 분들 중, 화려한 음식보다는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가진 한 끼를 찾는다면, 혹은 친절하고 따뜻한 서비스 속에서 편안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나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하기에도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