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숨결처럼 깊은, 동문시장 제주 고기국수 맛집의 전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훅 끼쳐오는 바다 내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렌터카를 빌려 애월 해안도로를 달릴까, 성산일출봉의 장엄한 일출을 맞이할까. 행복한 고민도 잠시, 꼬르륵 울리는 배꼽시계는 싱싱한 해산물보다 뜨끈한 국물이 먼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제주에 왔으니 고기국수는 무조건 먹어줘야지. 특히 제주공항 근처 동문시장에 숨겨진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곧장 핸들을 돌렸다.

동문시장은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 갓 잡아 올린 듯 싱싱한 해산물, 탐스러운 과일들의 향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니 유독 사람들로 북적이는 한 곳이 눈에 띄었다. ‘동진식당’.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이곳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1965년부터 4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덕분인지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 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고기국수라니.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고기국수, 비빔국수, 돔베고기… 고민 끝에 대표 메뉴인 고기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를 하나씩 주문했다. 곁들여 먹을 돔베고기도 포기할 수 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국수가 눈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에 푸짐하게 올려진 돼지고기 수육, 송송 썰린 파와 고춧가루가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으니, 쫄깃해 보이는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진하고 깊은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우려낸 듯,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사골 설렁탕과도 비슷한 깊고 든든한 느낌이랄까.

고기국수 클로즈업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기가 인상적인 고기국수.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잡내 없이 깔끔하게 삶아진 돼지고기는, 얇게 썰려 면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마치 칼국수 면처럼 두툼해서 씹는 맛이 살아있었다.

고기국수를 맛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 비빔국수가 등장했다. 새빨간 양념이 덮인 비빔국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신선한 야채와 김 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야무지게 비벼 한 입 맛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확 돋우었다. 톡톡 터지는 참깨의 고소함까지 더해지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고기국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비빔국수를 선택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비빔국수 클로즈업
새콤달콤매콤, 입맛을 돋우는 비빔국수의 자태.

잠시 후 돔베고기도 나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돔베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갓 삶아져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돔베고기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국수, 비빔국수, 돔베고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면을 후루룩 먹고, 고기를 쌈 싸 먹고, 국물을 들이켜니, 뱃속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시장 인심 덕분인지 양도 푸짐해서,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혼자 온 여행객, 가족 단위 손님,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동진식당의 고기국수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역시 제주 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집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면에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싸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65년부터 4대째 이어져 오는 전통, 변함없는 맛, 푸짐한 인심. 이 모든 것이 동진식당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고기국수와 반찬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는 고기국수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격도 착해서 놀라웠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역시 시장 인심은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동진식당을 나서며,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 정겨운 시장 분위기, 친절한 사람들의 미소.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주공항 근처 동문시장의 동진식당을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진한 육수의 고기국수, 매콤한 비빔국수, 쫀득한 돔베고기는 당신의 제주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느껴지는 활기찬 에너지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다음 제주 여행 때도 꼭 다시 들러야지. 그때는 김밥도 꼭 먹어봐야겠다.

맛있는 음식들
언제 봐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
푸짐한 한 상
정갈하고 푸짐한 한 상차림.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환상적인 맛의 조화,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맛있는 음식들
다채로운 메뉴 구성으로 입맛 따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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