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몰아 향한 곳은 자매국수도, 굳이 이름난 해변 근처의 식당도 아닌 ‘올래국수’였다. 어쩌면 뻔한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묘하게 발길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곳. 10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여전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공항에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 짐을 풀기도 전에 달려온 이유는, 이곳의 고기국수 한 그릇이 제주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과도 같기 때문이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역시나 가게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건물, 파란색 간판에 흰 글씨로 적힌 “올래국수”라는 상호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찬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꽉 들어찬 테이블, 그 위로 쉴 새 없이 오가는 고기국수 그릇들. 정신없는 와중에도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자 사장님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대기자 명단에 내 이름을 적어 넣었다. 예상 대기 시간을 묻자, 15분 정도라고 답한다. 기다리는 동안, 벽에 빼곡하게 붙어있는 유명인들의 사인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방송인, 배우, 스포츠 스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이곳을 다녀간 흔적. 그들의 사인 속에는 올래국수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나처럼, 제주에 오면 꼭 이곳에 들러 고기국수를 맛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벽 한쪽에는 “재료는 국내산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왠지 모를 믿음이 가는 문구였다.

15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좁은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김치, 청양고추, 쌈장이 기본 반찬으로 나왔다. 붉은빛깔의 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에 푸짐하게 올려진 돼지고기 고명, 송송 썰어 넣은 파, 그리고 깨소금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올리니, 쫄깃해 보이는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진하면서도 깔끔한,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굵기도 적당해서,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좋았다. 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비계와 살코기의 조화가 완벽했다. 특히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적당히 익은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했다. 고기국수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개운함만 남았다. 쌈장에 찍어 먹는 청양고추는 매콤한 맛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면, 고기, 김치, 청양고추. 이 네 가지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정신없이 면을 흡입하고, 고기를 건져 먹고, 김치를 곁들이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나니, 뱃속이 든든해졌다. 양이 워낙 푸짐해서,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맛본 올래국수의 고기국수는 여전히 훌륭했다. 변함없는 맛,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했다. 그 따뜻한 미소에, 나는 다시 한번 올래국수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가게 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문득 올래국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선한 재료, 정성 들여 끓인 육수,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올래국수만의 특별한 맛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치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정성껏 끓여주는 국수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어쩌면 올래국수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제주의 추억을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기국수를 먹으며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나 역시 올래국수에서의 한 끼 식사를 통해, 10년 전 제주의 기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도 나는 어김없이 올래국수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또 다른 제주의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설렘, 든든한 한 끼 식사의 만족감, 그리고 오래된 추억을 되살리는 따뜻함까지.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올래국수의 고기국수.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멸치육수와 돼지육수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깊은 맛은, 쌀쌀한 날씨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올래국수는 단일 메뉴만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고기국수 한 그릇에 모든 것을 집중한 맛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주차는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며, 계산 시 주차권을 제시하면 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그리고 4인 이상 방문 시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이 점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올래국수의 고기국수를 맛볼 가치는 충분하다. 제주에서 맛보는 최고의 한 끼, 올래국수에서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올래국수의 고기국수 맛이 아른거린다. 조만간 다시 제주에 가서, 뜨끈한 고기국수 한 그릇을 비워야겠다. 그땐 김치를 세 번 리필해야지. 그리고 사장님께 더 큰 목소리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외쳐야겠다. 제주 맛집 기행,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