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제주도 고기국수 ‘실험’을 감행하기 위해, 나는 마치 중성미자 검출기라도 챙겨야 할 과학자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챗GPT가 추천한,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국시트멍’.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국수’와 제주 방언인 ‘트멍(틈)’의 조합이라니, 국수 맛집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숨은 강자라는 뜻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네이밍 센스에 기대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제주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렌터카를 몰아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각을 자극하는 깊고 진한 육향이 코 점막을 때렸다. 마치 잘 조절된 압력솥에서 콜라겐이 풍부한 사골이 끓고 있을 때 나는 바로 그 향이었다. ‘실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순간이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스캔했다. 역시 메인은 고기국수. 하지만 ‘산도롱한 면’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비빔국수와 돈쌈이라는 사이드 메뉴도 눈에 띄었다.
고심 끝에, 나는 가장 기본인 고기국수와 산도롱한 면, 그리고 돈쌈을 주문했다. 다양한 메뉴를 통해, 이 식당의 ‘맛’이라는 변수를 다각도로 분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문을 마치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이 먼저 나왔다. 끓인 물을 제공하는 식당은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간다. 물 맛 하나만으로도 그 집 음식의 기본을 짐작할 수 있다는 건, 미식계의 불문율과도 같은 법칙이니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국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사골 육수 위에 푸짐하게 올려진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싱싱한 쪽파 고명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살짝 들어 올리자, 면발이 육수를 머금어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한 입 맛보니, 예상대로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곰탕을 농축해 놓은 듯한,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여기서 잠깐, 사골 육수의 과학적인 원리를 짚고 넘어가 보자. 사골을 오랜 시간 끓이면 콜라겐이 가수분해되어 젤라틴으로 변하고, 젤라틴은 다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이 아미노산들이 바로 우리가 ‘감칠맛’이라고 느끼는 글루타메이트의 주성분이다. 국시트멍의 고기국수 국물은, 바로 이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극대화된, 과학적으로 완벽한 맛을 구현하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깊은 맛의 사골국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면발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이, 일반적인 소면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마도 중력분과 고구마 전분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여 반죽한 듯했다. 면의 표면은 육수를 잘 흡수하도록 적절히 거칠었고, 속은 쫄깃함을 유지하도록 치밀하게 짜여 있었다. 이러한 면의 구조 덕분에, 국시트멍의 고기국수는 면과 육수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웠다. 면을 다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무료로 제공되는 밥은, 국물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다음 타자는 ‘산도롱한 면’. 이름처럼 상큼하고 시원한 비주얼이 돋보였다.을 보면, 면 위에 곱게 채 썬 양배추, 당근, 오이, 계란 지단이 알록달록하게 올려져 있어, 마치 잘 가꿔진 정원을 연상케 했다. 젓가락으로 비벼보니,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감이 더위를 싹 잊게 해 주었다.
산도롱한 면의 핵심은 바로 ‘소스’에 있었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식초와 설탕, 그리고 각종 향신료를 배합하여 만든 듯한 이 소스는, 캡사이신의 매운맛과 아세트산의 신맛, 그리고 슈크로스의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캡사이신은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고, 아세트산은 침샘을 자극하여 식욕을 돋우며, 슈크로스는 혀의 미뢰를 자극하여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 세 가지 맛의 조화는,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입안에서 환상적인 ‘미각 교향곡’을 연주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이 산도롱한 면 한 그릇이면,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고, 기분까지 상쾌해질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돈쌈이 등장했다. 에서 볼 수 있듯이, 얇게 슬라이스 된 돼지고기 수육과 신선한 오이채, 그리고 특제 소스가 함께 제공되었다. 돈쌈은, 돼지고기 수육을 특제 소스에 적셨다가 오이채와 함께 싸 먹는 메뉴였다. 돼지고기의 느끼함은 오이의 아삭함이 잡아주고, 특제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여기서 잠깐, 돈쌈에 사용된 돼지고기 수육의 과학적인 비밀을 파헤쳐 보자. 돼지고기는 63℃에서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성되기 시작하고, 70℃ 이상에서는 단백질이 응고되기 시작한다. 국시트멍의 돼지고기 수육은, 아마도 65~70℃ 사이에서 삶아낸 듯했다. 덕분에 콜라겐은 젤라틴으로 변성되어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하고, 단백질은 적당히 응고되어 육즙을 잃지 않았다. 또한,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생강, 마늘, 된장 등을 넣고 삶아낸 듯했다. 덕분에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는 살아 있으면서도,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국시트멍에서의 ‘맛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고기국수, 산도롱한 면, 돈쌈,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고기국수는 깊고 진한 사골 육수와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일품이었고, 산도롱한 면은 매콤새콤한 소스가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돈쌈 역시 돼지고기 수육과 오이채의 조합이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국시트멍의 성공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첫째,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신선한 돼지고기, 질 좋은 사골, 그리고 각종 채소들은,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둘째, 정성이 깃든 조리법이다. 오랜 시간 끓인 사골 육수, 적절한 온도에서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정성껏 만든 소스들은, 국시트멍 음식의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셋째,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다. 고기국수라는 전통적인 메뉴에 안주하지 않고, 산도롱한 면, 돈쌈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국시트멍은, 단순한 고기국수 맛집이 아니었다. 과학적인 원리에 기반한, 맛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정신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국시트멍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그들의 ‘맛’에 대한 실험 정신을 응원할 것이다. 다음 방문 때는, 돈코츠 라멘 스타일이라는 맑은 고기국수를 ‘실험’해 볼 생각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나는 “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답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서자, 시원한 겨울바람이 뺨을 스쳤다. 하지만 내 마음은, 따뜻한 고기국수 국물처럼, 훈훈하게 데워져 있었다. 이번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제주 맛집 탐방,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할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