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부터, 마음은 이미 픽업 카페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소금빵 하나를 맛보기 위해 이 먼 길을 달려왔다는 사실이 조금은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후기를 읽을수록, 사진을 볼수록 픽업의 빵들은 단순한 빵 그 이상, 제주에서 꼭 경험해야 할 ‘전설’처럼 느껴졌다.
렌터카를 빌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풍경은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듬성듬성 솟아오른 오름들. 그 풍경들을 스치듯 지나, 드디어 픽업 카페가 있는 골목 어귀에 다다랐다. 멀리서부터 픽업 카페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역시나 긴 웨이팅 줄 덕분이었다.
갈색 종이 봉투에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가 그려진 픽업 카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픽업 카페의 웨이팅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오픈 시간인 10시 50분, 그리고 오후 2시 50분, 하루 두 번 캐치 테이블 앱을 통해 웨이팅 등록을 받는데, 그 경쟁률이 마치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한다.
나 역시 며칠 전부터 알람을 맞춰놓고, 광클 연습까지 해가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이번 여행에서는 97번이라는, 나름 준수한 번호를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앞에 96팀이나 있다는 사실은, 곧 인내심과의 싸움을 의미하니까.
웨이팅 시간 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아기자기한 소품샵, 달콤한 푸딩 가게, 상큼한 한라봉 카페 등, 기다림을 달래줄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덕분에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초조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과연 내가 원하는 빵을, 그것도 따끈따끈한 갓 구운 빵을 맛볼 수 있을까?
혹시 내 앞에서 빵이 모두 소진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온갖 불안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픽업 카페 안으로 발을 들였다.
고소한 빵 냄새가 코를 찌르고,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작은 공간 안은 빵을 고르는 사람들, 주문을 받는 직원들로 북적였다.
진열대에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듯했다.
픽업 카페는 독특한 주문 방식을 가지고 있다.
손님이 직접 빵을 집는 것이 아니라, 진열된 빵을 보고 직원에게 주문하는 방식이다.
소심한 성격 탓에, 미리 어떤 빵을 고를지 정하지 못했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진열대 곳곳에 놓인 사진과 메뉴 설명 덕분에, 어렵지 않게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픽업 카페의 간판 메뉴인 명란 소금빵이었다.
짭짤한 명란과 고소한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명란 소금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다.
1인당 2개로 구매 제한이 있는 탓에, 더 많이 사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명란 소금빵 2개를 주문했다.
다음으로 고른 건 새우 바게트였다.
통통한 새우 살이 듬뿍 들어간 새우 바게트는, 마치 새우버거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라고 했다.
새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뉴였다.
마지막으로, 기본 소금빵 하나를 추가했다.
다른 빵들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지만, 기본 소금빵이야말로 픽업 카페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OP 버터를 사용했다는 픽업 카페의 소금빵은,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주문한 빵들이 종이 봉투에 담겨 건네졌다.
따끈따끈한 온기가 손을 통해 전해져 왔다.
서둘러 카페를 나와, 근처 바닷가로 향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드디어 픽업 카페의 빵을 맛볼 시간.
가장 먼저 명란 소금빵을 집어 들었다.
빵 겉면에 듬뿍 발라진 명란 마요 소스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바삭한 빵 껍질, 촉촉한 빵 속, 짭짤한 명란, 고소한 마요네즈.
이 모든 맛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폭발했다.
단짠의 완벽한 밸런스.
왜 사람들이 픽업 카페의 명란 소금빵에 열광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명란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조차도, 픽업의 명란 소금빵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맛본 건 새우 바게트였다.
바삭한 바게트 빵 속에,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가득 들어 있었다.
달콤한 머스타드 소스와 아삭한 야채가 더해져, 정말 새우버거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명란 소금빵과는 또 다른 매력.
새우 바게트 역시, 픽업 카페의 인기 메뉴다운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본 소금빵을 맛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식감.
AOP 버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과하지 않은 짭짤함이, 버터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최고의 맛을 내는 소금빵.
픽업 카페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프랑스 국기가 그려진 ‘LES CURE’ 버터 마크가 새겨진 안내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픽업 카페에서 맛본 빵들은, 단순한 빵 그 이상이었다.
웨이팅의 기다림, 빵을 맛보는 즐거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제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픽업 카페는 반드시 다시 들러야 할 곳이다.
그때는 웨이팅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서, 더 많은 빵들을 맛봐야겠다.
픽업 카페의 빵을 맛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도 빵과 같지 않을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때로는 짭짤하고, 때로는 달콤한,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빵처럼,
우리네 인생도 다채로운 경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오늘, 나는 제주의 작은 빵집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바삭한 소금빵의 식감처럼, 내 삶도 늘 활기 넘치고,
촉촉한 빵 속처럼,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픽업, 제주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올게요!

[추가 정보]
– 픽업 카페는 빵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캐치 테이블 앱을 통해 웨이팅 등록을 할 수 있으며, 현장 웨이팅도 가능하다.
– 주차는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30분 무료)
– 명란 소금빵, 새우 바게트는 1인당 구매 개수 제한이 있다.
– 빵 외에도 커피, 음료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 포장만 가능하다.
총평:
– 맛: ★★★★★ (명란 소금빵은 꼭 먹어봐야 함!)
– 가격: ★★★★☆ (가성비도 훌륭!)
– 서비스: ★★★☆☆ (바쁜 와중에도 친절한 직원들)
– 분위기: ★★★☆☆ (작고 아담한 공간)
– 재방문 의사: ★★★★★ (제주에 가면 또 갈 거예요!)
개인적인 팁:
– 캐치 테이블 웨이팅은 오픈 시간에 맞춰 광클하는 것이 중요!
– 미리 메뉴를 정해두면, 주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 빵은 따뜻할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식어도 맛있으니 걱정 NO!
– 포장해서 숙소에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픽업 카페 주변에 다른 맛집, 카페들도 많으니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