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빛 돼지, 제주 중문 숙성도의 멜젓 향연 맛집 기행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의 내비게이션에 ‘숙성도 중문점’을 찍었다. 며칠 전부터 SNS에서 숱하게 보았던 그 이름, 숙성도.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당연히 먹어야 했고,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리뷰들을 살펴보니, 단순히 ‘맛있다’는 표현을 넘어선, 감탄과 찬사가 가득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설렘과 기대가 뒤섞인 감정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도착한 숙성도 중문점. 웅장한 외관에 압도당했다. 예전의 작은 매장을 벗어나,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다고 한다. 건물 앞에는 앙증맞은 ‘진라면’ 대형 모형이 세워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뚜기와 콜라보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뜻밖의 콜라보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어릴 적 즐겨 먹던 라면 브랜드와의 만남이라니,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저녁 시간이 되자, 넓은 주차장은 금세 만차가 되었다. 다행히 나는 미리 캐치테이블로 웨이팅을 걸어두었기에, 긴 기다림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주말 저녁 시간에는 예약이 필수!)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 높은 천장과 은은한 조명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흑뼈등심, 뼈목살, 삼겹살… 고민 끝에 숙성도의 대표 메뉴인 흑뼈등심과 흑삼겹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직원분이 밑반찬을 정갈하게 세팅해 주셨다. 깻잎 장아찌, 갓김치, 백김치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멜젓, 명란젓, 갈치속젓의 3가지 젓갈이었다. 제주 흑돼지와 젓갈의 조합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가 등장했다. 선홍빛 살코기와 촘촘한 마블링이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고기 덩이의 두께도 상당했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주셨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흑돼지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환풍 시설이 잘 되어 있는지, 연기는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직원분은 부위별 특징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흑뼈등심은 720시간 워터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을 교차 숙성하여 풍미가 깊고, 흑삼겹살은 껍데기까지 붙어있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한다. 멜젓에 찍어 먹거나, 명란젓을 올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꿀팁도 잊지 않으셨다.

잘 익은 흑뼈등심 한 점을 멜젓에 푹 찍어 입안에 넣었다. 육즙이 팡- 하고 터져 나오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720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 덕분인지, 고기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멜젓의 짭짤함과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참나물이나 명란젓, 소금만 곁들여도 충분히 맛있어서 과한 게 필요 없었다. 여행의 행복이 고기 굽는 소리랑 함께했던 순간이었다~^^

흑삼겹살 역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이었다. 껍데기 부분은 쫄깃했고, 비계는 느끼하지 않고 고소했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어느새 불판 위의 고기는 자취를 감추고, 나의 젓가락은 다음 고기를 향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식사 메뉴를 주문했다. 여러 리뷰에서 극찬했던 멜젓 볶음밥과 김치찌개를 선택했다. 멜젓 볶음밥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볶음밥 위에 김 가루와 계란 노른자를 올려 비벼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김치찌개는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찌개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도 듬뿍 들어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 길, 3층에 위치한 기프트샵에 들렀다. 숙성도와 오뚜기의 콜라보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멜젓 소스, 참기름, 라면 등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멜젓 소스를 하나 구입했다. 이 멜젓 소스라면, 집에서도 숙성도의 맛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성도 중문점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최상급 흑돼지의 풍미, 친절한 서비스, 쾌적한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제주에 다시 온다면, 숙성도는 반드시 재방문해야 할 곳이다. 그때는 꼭 한정 메뉴인 뼈고기를 먹어봐야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제주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숙성도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되새겼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석양빛 하늘 아래, 멜젓 향이 맴도는 듯한 기분 좋은 여운이 감돌았다.

불판 위에 올려진 흑돼지 고기
선홍빛 육질이 눈길을 사로잡는 흑돼지
고기가 구워지는 모습
직원분이 직접 구워주는 최상급 흑돼지
숙성도 앞에 세워진 진라면 모형
숙성도와 오뚜기의 콜라보를 알리는 진라면 모형
넓고 쾌적한 매장 내부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밑반찬
흑돼지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는 밑반찬들
멜젓 볶음밥
고소하고 짭짤한 멜젓 볶음밥
기프트샵
다양한 콜라보 상품을 판매하는 기프트샵
흑돼지 삼겹살
껍데기까지 붙어있어 더욱 쫄깃한 흑돼지 삼겹살
식당 내부의 화려한 장식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식당 내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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