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흑돼지 향연, 서귀포 보름숲에서 찾은 맛의 오아시스

제주 여행, 그 설렘의 시작은 언제나 맛집 탐방이다. 이번 여정에서는 특히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서귀포에 자리한 ‘보름숲’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그곳은, 이름처럼 숲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

짙푸른 하늘 아래, 붉은 갈색으로 우뚝 선 ‘보름숲’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비밀스러운 정원으로 초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드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동그란 조명이 잔디밭 곳곳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낮에 와도 아름답겠지만, 해 질 녘의 보름숲은 그야말로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보름숲 간판이 푸른 하늘과 녹음과 어우러진 모습
푸른 하늘 아래 붉은 갈색 간판이 인상적인 ‘보름숲’의 첫인상.

예약을 서두르지 않았던 탓에, 예상대로 웨이팅이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보름숲은 기다림조차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곳이니까.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대기 공간에서 편안하게 기다릴 수도 있고, 정원을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나는 정원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마치 숲 속에 지어놓은 멋진 별장에 놀러 온 기분이랄까.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보름숲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숲속에 위치한 덕분에, 도시의 소음과는 완전히 단절된 고요함이 감돌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풀벌레 소리만이 정원을 가득 채웠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라면, 아무리 긴 기다림도 즐거울 것 같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높은 천장과 나무 뼈대가 인상적인 실내는, 은은한 조명 덕분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어, 다른 손님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환기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지, 고깃집 특유의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 직원분께서 메뉴를 가져다주셨다. 보름숲의 대표 메뉴는 훈증구이와 숙성 흑돼지. 훈증구이는 훈연 향을 입힌 돼지고기를 다시 한번 구워 먹는 방식이고, 숙성 흑돼지는 말 그대로 숙성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다. 고민 끝에, 나는 보름숲의 시그니처 메뉴인 망우리불 훈증구이 세트를 주문했다. 훈연 향이 가득한 흑돼지의 풍미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은 보름숲의 야경
어둠이 내려앉은 보름숲의 정원은 은은한 조명 덕분에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문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보름숲의 밑반찬은 평범한 고깃집과는 차원이 달랐다. 갓김치, 고사리, 미나리 등 신선한 야채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을 보니,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특히 멸치젓갈은 짜지 않고 감칠맛이 풍부해서, 고기와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훈증구이가 등장했다. 훈연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흑돼지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직원분께서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는 서비스도 제공되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전문적인 솜씨로 구워진 흑돼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상태였다.

높은 천장과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보름숲 내부
높은 천장과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보름숲 내부.

잘 구워진 흑돼지 한 점을 집어,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훈연 향과 육즙, 그리고 쫄깃한 식감.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특히 보름숲만의 특제 소스들과 곁들여 먹으니, 흑돼지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좋았고, 고사리와 함께 먹으니 흑돼지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파채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매콤달콤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는데, 흑돼지와 아주 잘 어울렸다.

훈증구이를 정신없이 먹고 나니, 살짝 느끼한 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백돼지 삼겹살을 추가로 주문했다. 훈증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직원분께서 직접 삼겹살을 구워주셨는데, 기름이 튀지 않는 특수 불판을 사용해서 깔끔하게 구워 먹을 수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상태였다.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멜젓에 푹 찍어 맛을 보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멜젓의 풍미가 삼겹살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한 맛을 선사했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신선한 야채의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식사 메뉴로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보름숲의 김치찌개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깊고 진한 국물은 물론, 듬뿍 들어간 돼지고기와 김치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김치찌개였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름숲의 야경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름숲의 야경.

아쉬움을 뒤로하고 보름숲을 나섰다. 나올 때 보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름숲을 찾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름숲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숲속의 아름다운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서귀포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보름숲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도, 나는 반드시 보름숲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멋진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오늘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저 보름달처럼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빛나고 있을 것이다.

야외 테이블과 조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보름숲의 야경
야외 테이블과 조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보름숲의 야경.
따뜻한 조명 아래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공간
따뜻한 조명 아래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공간.
보름숲 천장의 나무 구조
보름숲 천장의 나무 구조.
돌담 너머로 보이는 보름숲
돌담 너머로 보이는 보름숲.
정원 테이블에서 바라본 보름숲 전경
정원 테이블에서 바라본 보름숲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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