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섬. 과학 연구에 지친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고자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제주의 풍요로운 식재료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탐구하고 미각을 재정의하는 미식 실험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산방산 근처, 현지인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제주할망밥상”이었다.
“제주할망밥상”이라는 정감 있는 이름이 붙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후각을 자극하는 향긋한 바다 내음과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이했다. 인테리어는 소박하지만 정갈했고, 창밖으로는 웅장한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수묵화 같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의 색온도는 2700K, 편안함을 유도하는 최적의 수치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할망 그날 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이 메뉴는 매일매일 신선한 제철 생선을 사용하여 밥상을 차려낸다고 한다. 과연 어떤 과학적 풍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감에 침샘에서 아밀라아제가 활발하게 분비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할망 그날 정식’ 한 상이 차려졌다. 마치 잘 짜여진 실험 설계도처럼, 다채로운 음식들이 은쟁반 위에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쟁반 위에는 밥과 국, 김치전, 톳 무침, 김치, 나물, 간장게장 등 정갈한 밑반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시각적인 향연은 미각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단연 생선구이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할 것 같은 완벽한 비주얼이었다.
오늘의 생선은 병어, 돔, 성대, 가자미, 준치, 민어. 표면에서는 160도 이상의 온도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의 흔적이 역력했다.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반응하여 만들어진 갈색 크러스트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가자미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입안에 넣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섬세한 질감은 혀를 부드럽게 감쌌고, 은은한 바다 향은 코를 간지럽혔다. 특히, 가자미 특유의 담백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다음은 돔 차례. 돔은 다른 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아 특유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준치는 ‘천하일미’라는 별명을 가진 생선답게, 그 풍미가 예사롭지 않았다. 잔가시가 많은 것은 흠이었지만, 섬세한 살결과 깊은 감칠맛은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할 정도였다. 특히, 준치에 함유된 글루타메이트는 혀의 미뢰를 자극하여 강렬한 감칠맛을 선사했다.

생선구이를 맛보는 중간중간, 밑반찬에도 눈길이 갔다. 톳에는 칼슘, 철분, 요오드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특히,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톳 특유의 쌉쌀한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김치전은 또 어떠한가. 얇게 부쳐진 김치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김치의 유산균은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 매콤한 맛은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김치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이른바 ‘매운맛 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미역국은 깊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미역에 풍부하게 함유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배변 활동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미역에는 칼슘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마치 과학 실험의 대조군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맛이었다. 실험 결과, 이 집 미역국은 완벽했습니다.
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윤기가 흐르는 흰쌀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생선구이, 제육볶음, 밑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극대화되었다. 밥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특히, 뇌 활동에 필수적인 포도당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든든한 밥 한 공기는 지친 뇌를 깨우는 데 특효약이다.

놀라웠던 점은 밥과 국이 무한리필이라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밥을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배부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와 정성 가득한 조리법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였다. “제주할망밥상”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제주의 자연을 담은 미식 실험실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식당 한 켠에 걸린 문구였다. “배멀미하는 선주가 잡은 생선으로 좋은 음식을 대접합니다.” 직접 조업한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실제로, 사장님은 4대째 어업을 이어오고 계신다고 한다. 신선한 재료에 대한 고집, 그것이 “제주할망밥상”의 맛의 비결일 것이다.

식당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산방산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뷰는 식사의 즐거움을 더했다.
“제주할망밥상”에서의 식사는 과학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미식 실험이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제주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때는 순살 갈치조림에 도전해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주할망밥상”에서 느꼈던 풍요로운 맛과 따뜻한 정이 오랫동안 맴돌았다. 역시, 음식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음 미식 실험은 어디로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