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그리울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지라. 뽀얀 국물에 듬뿍 담긴 고기, 후루룩 넘어가는 면발까지…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제주 고기국수 말이야. 서울 낙성대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샤로수길에 숨겨진 맛집이 있다고 해서 냉큼 찾아가 봤지. 이름하여 ‘제주상회’. 간판부터가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었어.
가게는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좁다란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어.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해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겠더라. 벽에는 제주도의 풍경 사진들이 걸려있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지.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는데, 여름에는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살짝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선풍기를 아무리 돌려도 지하 특유의 습한 기운은 어쩔 수 없나 봐.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니, 고기국수, 비빔국수, 돔베고기 등 제주 향토 음식들이 눈에 띄었어.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역시 처음 왔으니 대표 메뉴인 고기국수를 시켜봐야 쓰겄다 싶었지. “고기국수 하나 주시오!” 외치니, 넉살 좋은 사장님께서 “아이고, 어서 오셨소! 고기 많이 넣어줄게!”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시더라.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국수가 떡 하니 눈앞에 놓였어. 뽀얀 돼지 육수에 듬뿍 담긴 면발, 그리고 그 위를 덮은 두툼한 돼지고기 고명… 진짜 옛날 잔치 때 먹던 그 고기국수 모습 그대로잖아! 얼른 숟가락을 들어 국물부터 맛보니, 진하고 구수한 돼지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아이고, 이 맛이야!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제대로 끓인 육수라는 생각이 들었어.

면은 중면을 사용했는데, 쫄깃쫄깃한 식감이 아주 좋았어. 면발에 육수가 잘 배어 있어서, 후루룩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잔치국수 맛이 팡팡 터지는 것 같았지. 고기는 또 어떻고.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거 있지. 돼지 특유의 누린내도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어.

함께 나오는 반찬은 짭짤한 양파 장아찌와 부추 무침. 특히 이 부추 무침이 아주 요물이라.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고기국수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데, 아이고, 이거 완전 밥도둑이 따로 없네! 면 한 젓가락에 부추 무침 듬뿍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어.
먹다 보니, 예전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먹었던 고기국수보다 훨씬 맛있는 거 있지. 솔직히 그때는 유명하다는 집 찾아가서 먹었는데, 돼지 냄새도 좀 나고, 면도 뻣뻣해서 별로였거든. 근데 여기 제주상회 고기국수는 정말이지, 내 입맛에 딱 맞는 최고의 맛이었어!

옆 테이블을 보니, 비빔국수도 많이들 시켜 먹더라고. 빨간 양념에 김 가루 솔솔 뿌려진 비빔국수 위에 큼지막한 돔베고기가 턱 얹어져 나오는데,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다음에는 꼭 비빔국수도 먹어봐야 쓰겄다 다짐했지.

고기국수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나니,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어. 에어컨이 아무리 돌아가도 지하 특유의 후덥지근함은 어쩔 수 없나 봐.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더위도 싹 잊을 수 있었지.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착하더라. 요즘 물가가 워낙 올라서 밥 한 끼 제대로 먹으려면 만 원은 훌쩍 넘는데, 제주상회는 8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고기국수를 즐길 수 있으니, 이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어.

배 두둑이 두드리며 가게 문을 나서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서울에서 제대로 된 제주 고기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샤로수길 제주상회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어. 다만,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는 것이 좋을 거야. 그리고 지하라서 여름에는 조금 더울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고.
아, 그리고! 제주상회는 재료 소진이 빠른 편이라 하니, 너무 늦게 가면 원하는 메뉴를 못 먹을 수도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을 거야. 나는 운 좋게 고기국수를 먹을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꼭 몸국도 한번 먹어보고 싶네.

오늘도 맛있는 음식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네. 역시 사람은 맛있는 거 먹고살아야 한다니까. 자,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가 볼까나? 서울 제주 음식 맛집 탐방은 계속될 것이니, 기대해도 좋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