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빵지순례 성지! 70년 전통 ‘고려당’에서 펼쳐진 맛의 파티

고려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생크림 스틱
가루가 솔솔 뿌려진 비주얼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생크림 스틱!

소문만 듣던 그곳, 마산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고려당’에 드디어 발을 들였다. 빵지순례자들의 성지로 불릴 만큼 뜨거운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라기에, 오픈 시간 맞춰 도착했음에도 이미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분위기. 계산대 앞은 마치 축제 전야처럼 설렘으로 가득했고, 사람들의 얼굴엔 이곳에서 어떤 맛의 보물을 발견할지 기대하는 빛이 역력했다. 쉴 새 없이 빵을 굽고 진열하는 직원분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눈앞에 펼쳐진 빵의 향연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갓 구운 빵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확 자극했다. 따뜻한 조명 아래 진열된 빵들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 같았다. 7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내공이 느껴지는 비주얼이었다. 빵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 충분했다. 마치 거대한 빵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곳에서는 정말이지 절제력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눈에 띄는 빵들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고려당의 외관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산의 명물, 고려당의 전경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지만, 그것 또한 이 가게의 명성을 방증하는 한 부분이겠거니 싶었다. 차를 다른 곳에 세우고 걸어오는 수고로움조차, 이곳에서 만날 맛있는 빵들을 생각하면 기꺼운 마음으로 감수할 수 있었다. 가게 안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였다. 벽돌로 쌓인 외관과 간판 디자인이 70년대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고려당 역사 안내문
1959년부터 이어져 온 고려당의 발자취

안내문을 보니 1959년부터 이곳을 지켜왔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마산 시민들의 곁을 지키며 추억을 쌓아온 곳이구나 싶었다. 창동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부림시장과도 가까워 온누리 상품권 사용도 가능하다는 팁까지 얻었다. 빵을 먹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빵 맛을 음미하기에도 좋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역시나 시그니처 메뉴인 생크림 스틱이었다. 길쭉한 모양새 때문에 직원분이 직접 반으로 잘라주셨는데, 먹기 좋게 잘라주는 센스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겉면에 묻은 노란 카스테라 가루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것만 같은 비주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부드러운 생크림과 폭신한 빵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졌다. 이름처럼 정말 ‘스틱’처럼 쭉 뻗어 있어 한 손으로 잡고 먹기 편했는데, 다만 가루가 조금 떨어질 수 있으니 테이블에 종이나 휴지를 깔고 먹는 걸 추천한다. 맛은 솔직히 아주 특별하다기보다는, 누구나 좋아할 법한 대중적인 크림 맛이었다. 하지만 그 무난함 속에서 느껴지는 정겨움, 옛날 빵집에서 맛보던 그 맛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매장 내부 진열된 빵들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가득 채워진 진열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메뉴는 바로 감자 사라다 빵이었다. 흔히 고로케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마치 해쉬브라운과 샐러드를 핫도그 빵에 넣어 먹는 듯한 느낌인데, 빵 자체를 기름에 한번 튀겨냈는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과 톡톡 터지는 감자, 그리고 신선한 야채의 조화가 꽤나 선명하게 다가왔다. 다만 기름기가 살짝 느껴질 수 있으니, 다 먹고 나면 손을 닦는 센스는 필수! 이 빵은 정말이지, 한 입 먹자마자 텐션이 올라오는 그런 맛이었다.

다양한 빵 종류와 가격표
취향에 따라 골라 담을 수 있는 다채로운 빵들

이번엔 다른 빵들도 맛보기로 했다. 빵떡빵떡이라는 이름부터 귀여운 빵은, 이름처럼 떡의 쫄깃한 식감을 빵으로 구현해낸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소떡소떡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인데, 씹을수록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소시지도 나쁘지 않았고, 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페스츄리 소시지 빵은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육즙 가득한 소시지의 조합이 훌륭했다. 빵과 소시지의 밸런스가 좋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고려당 간판 디테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려당의 심볼

나머지 빵들도 무난하게 맛있었다. 찰깨도넛, 생도넛, 빠다빵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도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마치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사 먹던 추억의 빵들을 다시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광주의 유명 빵집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었다. 특히 ‘공룡알빵’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평도 있었는데, 내가 맛본 공룡알빵은 질긴 빵을 파내고 햄과 마요네즈, 옥수수를 넣은 듯한 맛이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특별함은 없었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빵이라고 생각했다.

이날 맛본 빵 중 가장 고가의 메뉴는 딸기 케이크(타르트)였다. 한 조각에 1만 2천 원이라는 가격에 망설였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듯했다. 두꺼운 타르트 반죽 위에 크림과 시트를 겹겹이 쌓아 올린 독특한 구조였는데, 겉면에만 싱싱한 딸기가 올라가 있었다. 딸기 케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안에는 딸기가 들어있지 않고 크림과 잼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살짝 아쉬웠지만, 바삭한 타르트와 부드러운 크림, 그리고 달콤한 잼의 조화는 훌륭했다. 씹히는 과일의 존재감이 살짝 느껴졌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홀 케이크는 상상 초월일 듯싶었다.

물론, 유명 제과점이라고 해서 모든 빵이 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고려당 역시 가격대가 아주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성이 담긴 빵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격이었다. 여러 빵들을 맛보고 난 후,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는 역시나 시그니처 크림 스틱이었다. 무난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장되는 맛,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첫 방문이라면 크림 스틱은 꼭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마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혹은 특별한 빵을 맛보고 싶다면 ‘고려당’은 분명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70년의 역사를 머금은 이곳에서, 다채로운 빵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빵지순례자라면 놓쳐선 안 될 경험이다. 빵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과 정성을 맛보는 순간, 왜 이곳이 마산의 자랑으로 여겨지는지 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다음 방문 때는 또 어떤 빵과 눈이 마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