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생각 짙게 나는 그런 밥집을 찾았습니다. 마산 합성동에 자리한 ‘외갓집’이라는 곳인데,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이 꼭 할머니 댁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어요. 예전부터 이 동네에서는 석쇠 불고기로 아주 유명한 곳이라 해서 큰 기대를 안고 발걸음을 했답니다.
가게 앞에 딱 들어서니, 겉모습부터가 영락없는 옛날 시골집 풍경이더라고요. 낡은 듯 정겨운 외관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내부가 훨씬 넓고 탁 트여 있어서 좋았어요. 오랜만에 보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정겹게 느껴졌고,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날 사진들과 함께 정감 가는 글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어요. 창가 쪽에는 낡은 전축과 함께 볕이 잘 드는 풍경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아늑함을 선사했습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식탁 위 하얀 테이블보와 함께 정갈하게 차려진 쌈 채소였습니다. 싱싱함이 살아있는 푸릇한 쌈 채소와 아삭한 고추, 그리고 쌈장과 마늘이 예쁘게 담겨 나왔어요. 마치 금방 텃밭에서 따온 듯한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답니다. 곁들여 나온 작은 그릇에는 짭짤한 새우젓과 쌈장, 다진 마늘이 깔끔하게 담겨 있었고요.


이곳의 메인 메뉴인 석쇠 불고기를 주문하자, 불향 가득한 고기가 등장했습니다. 석쇠 위에서 잘 구워진 불고기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는데, 숯불 향이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것이 침샘을 자극하더라고요. 한 점 집어 맛을 보니, 와! 정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양념은 또 어찌나 맛있는지!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단짠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고 있었어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습니다. 맵지 않고 부드러워서 아이들 밥반찬으로도 정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외갓집’의 진정한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주문한 석쇠 불고기와 함께 차려진 13가지가 넘는 반찬들을 보고는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답니다. 마치 명절날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 같았어요. 하나하나 정갈하고 깔끔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눈으로 보기에도 즐거웠고,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든 것 없이 정성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가지 나물, 시금치 무침, 콩나물 무침 같은 기본적인 나물 반찬부터 시작해서, 갓 부쳐낸 듯 따뜻한 계란말이, 아삭한 김치, 새콤달콤한 무생채, 짭짤한 멸치볶음, 감칠맛 나는 조림 반찬까지. 어느 것 하나 맛이 겉돌지 않고 전체적인 밥상의 조화로움을 더해주었습니다. 특히 간이 세지 않아 좋았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이라, 밥 한 숟가락에 반찬 하나씩 얹어 먹으면 옛날 집밥이 떠오르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나온 쭈꾸미 볶음인지, 아니면 다른 해산물 요리였는지, 새빨간 양념과 함께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메뉴도 있었고, 짭짤하게 튀겨낸 듯한 멸치도 밥반찬으로 훌륭했습니다. 슴슴하게 끓여낸 맑은 국물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고, 큼직하게 썰어 넣은 두부와 생선이 들어간 찌개 역시 집에서 끓여 먹는 듯한 익숙하고 따뜻한 맛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두툼하게 부쳐낸 계란말이였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계란말이는 속에는 파가 송송 썰어 들어가 있어 향긋함까지 더해졌죠. 짭짤한 맛이 적당해서 밥 위에 척 얹어 먹으니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얇고 바삭하게 잘 구워진 파전도 별미였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의 조화가 좋았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파의 향긋함이 입맛을 돋우었습니다. 쌈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는 불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쌈무에 싸서 먹기도 하고, 갓김치와 함께 싸서 먹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모든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푸짐하게 나왔지만, 맛이 워낙 좋아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밥 한 숟가락에 반찬 하나씩 얹어 먹다 보니 어느새 빈 접시만 남게 되더라고요. 잊고 있었던 우리 집 밥상이 그리워지는 맛, 바로 이런 맛이었지 싶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시원하고 맛있는 식혜도 준비해주셨습니다. 달콤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아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주기에 딱 좋았죠. 밥을 먹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식혜 한 잔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이곳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대기가 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운 좋게 미리 예약을 하고 가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보통 현장 방문 시에는 테이블링으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기 순서가 9팀 정도 쌓여 있었지만, 생각보다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르고 테이블 회전율이 좋아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물론, 기다린 만큼 맛있는 반찬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조금 기다리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맛과 서비스가 보장된다는 증거겠죠. ‘외갓집’은 그 명성에 걸맞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고, 푸짐하고 정갈한 상차림은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다음번에 마산에 오게 된다면, 기다림 없이 식사하기 위해 꼭 네이버 예약을 하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입니다. 밥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집밥 같은 따뜻함과 든든함을 느끼고 싶다면, 합성동 ‘외갓집’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