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시장 깊숙한 곳,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허름한 노포에 발을 들였습니다. 오래된 간판에는 ‘횟집’이라 쓰여 있지만, 이곳은 회뿐만 아니라 일반 식사 메뉴도 함께 판매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공간이 정겹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이미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탕 요리를 즐기고 계시더군요. 그 풍경만으로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쯤이었는데, 아쉽게도 제가 꼭 맛보고 싶었던 갈치탕 재료는 이미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망은 잠시, 현지 지인분께서 강력 추천해주신 다른 메뉴가 있다는 말에 솔깃해져 꽃게탕을 주문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죠.

주문 후 곧바로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푸짐함에 먼저 한번 놀랐습니다. 메인 메뉴인 꽃게탕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의 퀄리티와 양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빼곡하게 채워졌습니다.

꽃게탕은 보자마자 군침이 돌았습니다. 큼직하고 속이 꽉 찬 꽃게가 푸짐하게 들어있었고, 새우와 바지락도 넉넉하게 함께 끓여지고 있었습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시원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조미료 맛 없이, 각종 해산물과 채소에서 우러나온 자연 그대로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죠. 특히 탕 속에 들어있던 달큼한 호박은 또 다른 별미였습니다. 탕 하나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울 수 있겠더라고요.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했습니다. 김치, 나물 무침, 젓갈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간이 딱 맞았고, 밥도둑이 따로 없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사장님께서 반찬이 부족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먼저 리필해주시는 따뜻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유명한 허영만 선생님도 다녀가셨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요란하게 광고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단골로 다져진 지역 주민들로 가게가 꽉 차 있는 모습에서 이곳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구수한 누룽지까지 숭늉처럼 내어주시는데 그 따뜻함과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2대째 이어져 온 이곳은 어머니에서 아들로 그 맛과 손맛을 전수하며 변함없이 한결같은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인분에 37,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푸짐함과 정을 생각하면 정말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집니다.

메뉴 중에 도다리 매운탕도 맛있다는 평이 있고, 현지 분들이 서대탕을 많이 드시는 것을 보니 그 메뉴들도 분명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음에는 꼭 갈치탕을 맛보기 위해 일찍 방문할 계획입니다.
정통의 맛과 더불어 푸짐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부안 시장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혼자 방문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가서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특히 따뜻한 국물 요리를 좋아하시거나, 푸짐한 한 끼 식사를 통해 든든함을 채우고 싶은 분들, 그리고 정겨운 시골 인심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집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