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금강이 옥천을 굽이쳐 흐르고, 웅장한 대청호와 맞닿은 이곳, 충북 옥천은 예부터 민물고기 요리로 명성이 자자한 고장입니다. 특히 청산면은 ‘생선국수 특구’로 지정될 만큼 이 지역의 정체성과도 같은 음식이 자리 잡고 있지요. 면사무소 앞에 늘어선 생선국수 마스코트 동상과 안내 간판들은 이곳이 단순한 맛집을 넘어, 생선국수의 고향임을 묵묵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옥천의 생선국수 투탑이라 불리는 곳 중에, 3대천왕에 소개된 식당도 있지만, 저는 오늘 5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원조집, ‘선광집’을 찾았습니다.
청산면 면사무소 바로 앞에 자리한 선광집은 그 이름만으로도 오랜 역사를 짐작케 합니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마치 시골집을 개조한 듯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 자리,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테이블, 벽면에 걸린 빛바랜 액자들까지, 모든 것이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동네 주민들과 먼 길을 찾아온 외지인들로 가득했습니다. 그 북적임 속에서 저는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판은 더할 나위 없이 단출합니다. ‘생선국수’, ‘도리뱅뱅’, 그리고 ‘생선튀김’. 이 세 가지 메뉴만으로도 선광집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맛의 우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평소 꼭 한번 맛보고 싶었던 도리뱅뱅과, 옥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생선국수를 주문했습니다.
TV에서 처음 도리뱅뱅이라는 음식을 봤을 때, 그 독특한 모양새에 시선이 강탈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둥글게 둘러앉아 양념에 버무려진 작은 생선들이 가운데 깻잎채, 고추, 마늘과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지요. 5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마주한 선광집의 도리뱅뱅은 그 기대감을 그대로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겨울철에는 빙어를, 여름철에는 피래미를 사용한다는 도리뱅뱅은, 살짝 눌어지듯 바삭하게 튀겨진 식감이 일품입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죠. 여기에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양념은 고급 떡꼬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깻잎 향긋함과 청양고추, 마늘의 알싸함이 더해지니, 이 조합은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였습니다. 갓 지은 흰쌀밥 위에 얹어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깻잎채와 청양고추, 마늘은 추가가 필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함께 주문한 생선튀김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겨울철이라 빙어를 튀겨 주셨는데, 이제껏 먹어본 빙어튀김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촌스럽게 튀겨낸 듯 보이지만, 속살은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고 담백했습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다대기’는 이 생선튀김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양념입니다. 초간장에 다대기를 풀어 살짝 찍어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아이들마저도 평생 먹어본 생선튀김 중에 최고라며, 왜 더 큰 사이즈로 주문하지 않았냐고 핀잔을 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이제 대망의 생선국수 차례입니다. 민물 잡어를 푹 끓여 살만 발라내고, 고추장과 된장을 적절히 섞어 소면에 끓여낸 이 국수는 겉보기에는 다소 밍숭맹숭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은 실로 환상적입니다. 마치 잘 만든 강원도의 장칼국수를 떠올리게 하는 걸쭉한 국물은, 생선 베이스라 그런지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비린 맛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롯이 잡어의 맛이 농축되어 부드러운 소면과 어우러집니다.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마치 보약 한 첩을 먹은 듯 몸보신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생선 육수나 매운탕을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생선국수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팁이 있다면, 바로 이 ‘다대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국수 전체에 풀어 넣기보다는, 먹을 만큼씩 조금씩 덜어 섞거나 위에 얹어 먹으면 국물의 깊은 맛과 다대기의 강렬함이 배가되어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맛있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은 필수 코스입니다. 국수 국물도 밥과 잘 어울리지만, 쌀밥이야말로 이 깊고 진한 국물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의 친절함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해주시고,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저희 가족에게 더욱 신경 써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서울에서 온 귀한 파인애플 환타 서비스와, 아이들이 먹은 공깃밥 값을 빼주시는 사장님의 센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바쁜 시간 직원들에게는 엄격하게 지시하는 모습에서 카리스마를 느낄 수도 있었지만, 이는 가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음식의 원조 지역은 역시 남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 덕분에 민물 생선으로 만들었다는 느낌보다는, 담백한 민물 생선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옥천 청산면을 방문하신다면, 꼭 이곳 선광집에서 생선국수, 도리뱅뱅, 생선튀김을 맛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50년 역사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