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텅 빈 위장을 달래기 위한 저녁 메뉴 고민이 시작되었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먹을까 늘 뻔한 선택지 속에서 오늘은 좀 특별한 무언가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친구가 추천했던 울산 삼산동의 한 야끼니꾸 전문점이 떠올랐다. 일본 여행 온 듯한 분위기에 맛까지 제대로라고 했던 그곳. 혼자 가도 괜찮을까, 1인분 주문은 될까. 괜한 걱정이 앞섰지만, ‘오늘은 나를 위한 특별한 만찬’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작은 일본 골목길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 벽면에는 일본 특유의 포스터와 감성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장식품들은 이곳이 단순한 고깃집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문화 공간임을 느끼게 했다. 처음엔 혼자 앉을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카운터석도 마련되어 있어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실제로 몇몇 손님들도 혼자 와서 여유롭게 식사하는 모습이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오늘도 혼밥 성공!’ 속으로 되뇌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부위의 고기들이 먹음직스럽게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었고, 세트 메뉴 구성도 다채로웠다. 혼자 왔기에 너무 많은 양을 시키는 건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1인분 단품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분께 여쭤보니, 1인분 주문도 전혀 문제없다는 친절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특히 이곳에서는 일반 소주나 맥주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구석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것을 보고 일반 주류도 준비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메뉴판에 명확히 표기되어 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오늘 나의 선택은 ‘반달세트’. 2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라고 했지만, 혼자 왔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양일 거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곧이어 숯불이 테이블 중앙에 놓이고, 싱싱한 고기와 곁들임 메뉴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붉은 빛깔의 육질이 살아있는 소고기, 쫄깃함이 느껴지는 우설, 그리고 신선함이 가득한 육회까지. 마치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듯한 고급스러운 비주얼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가장 먼저 우설을 불판 위에 올렸다. 얇게 썰려 나온 우설은 금세 익었고,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이곳 특제 양념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우설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중독성 있는 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일본 현지에서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다음으로는 세트 메뉴에 포함된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부위마다 다른 식감과 맛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이 적절히 어우러진 부위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부위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배가되었다. 함께 제공된 신선한 채소들도 기름진 고기의 맛을 잡아주어 균형 잡힌 맛을 선사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든 고기를 쌈 채소에 싸서 한 입 가득 넣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생맥주였다. 톡 쏘는 탄산감과 시원함은 물론, 부드럽고 크리미한 거품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갓 구운 따뜻한 고기와 시원한 맥주의 궁합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주류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한 잔, 두 잔 비워지는 맥주잔을 보며 ‘오늘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달세트를 다 먹고 나니, 2명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라고 하더니 혼자 먹기에는 정말 든든했다. 하지만 식사 메뉴도 포기할 수 없었다. 주문한 ‘고항'(밥)은 짭짤한 고기와 함께 먹으니 밥맛을 돋우기에 제격이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고소한 풍미가 스며들어 든든함과 만족감을 동시에 채워주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메뉴, 바로 육회였다. 신선한 육회 위에 올라간 노른자를 톡 터뜨려 고추장 양념과 함께 비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황홀경 그 자체였다. 신선도가 생명인 육회를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곳이 왜 일본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주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섬세한 맛 표현과 퀄리티 높은 식재료,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데이트 장소나 모임 장소로도 손색없지만, 나처럼 혼자 와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솔로 다이너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 같다.
이곳의 괜찮은 바이브와 크리미한 생맥주, 그리고 훌륭했던 음식들 덕분에 오늘도 혼밥 성공이었다. 다음에 또 삼산동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혼자라도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야끼니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이곳, 울산 삼산동의 숨은 보석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