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서호시장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걸음을 옮긴 곳. ‘부일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SINCE 1978’이라는 문구와 오래된 듯 정겨운 외관에서 왠지 모를 신뢰감이 느껴졌습니다. 유명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어떤 맛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통영에서의 식도락 여행은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여유롭게 다찌 술자리를 즐기며 해산물을 맛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두에서 고된 노동에 지친 선원들을 위한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를 경험하는 것이죠. 저는 후자의 경험에 더 끌리는 편이라, 이곳 부일식당이 어떤 곳일지 더욱 궁금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피던 중, 이곳이 ‘졸복 전문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국은 좋아하지만 졸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흔치 않아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복국 한 그릇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맑고 투명한 국물 위로 쫄깃해 보이는 복어 살점과 싱싱한 미나리, 그리고 콩나물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첫 숟가락을 뜨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깊고 개운한 국물 맛은 마치 속을 싹 씻어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부산이나 창원, 마산 등 다른 지역의 유명 복국집들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곳의 복국 역시 그 맛에 전혀 뒤지지 않았습니다. 졸복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통영은 술 한잔 기울일 일이 많아 다음날 속이 불편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곳의 맑은 복국 한 그릇이면 다음날 해장 걱정은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국물이 너무 진하게 느껴진다면, 식초를 아주 살짝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드셔본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는데, 목 넘김이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합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습니다. 비록 메인 메뉴인 복국에 비하면 조연이었지만, 그 역할에 충실하며 복국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던 멸치볶음과 새콤달콤한 무침 요리가 입맛을 돋우는 데 한몫했습니다.

부일식당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오래된 식당 특유의 편안함과 정겨움이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듯한 사진과 액자들이 걸려 있었는데, 그 속에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풍경들이 오히려 이곳의 진솔한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졸복이라는 귀한 재료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복잡한 양념이나 조미료의 맛이 아닌, 재료 본연의 신선함과 맛을 살린 깔끔한 음식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만약 통영에 방문하시어 시원한 해장국이나 든든한 식사를 원하신다면, 그리고 북적이는 시장 골목에서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부일식당의 졸복 복국을 한번 맛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화려한 맛집보다는 진솔하고 속이 든든해지는 집밥 같은 음식을 찾는 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다음에 통영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