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등산길 초입, 벚꽃 잎 흩날리는 정취 속에서 혼자만의 식사를 해결할 곳을 찾고 있었다. 여러 가게들을 스캔하던 중, 유난히 여성 어르신 손님들이 많아 보이는 한 곳이 눈에 띄었다. ‘향교집’이라는 간판이 정겹게 걸린 이 곳, 왠지 모를 편안함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밥 먹는 사람으로서, 낯선 곳에서의 식사는 늘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하지만, 이곳은 그런 걱정을 덜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가게 앞에 걸린 노란색 현수막에는 이곳의 대표 메뉴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리백숙, 닭백숙, 닭볶음탕부터 시작해서 점심 특선으로 즐길 수 있는 순두부찌개, 돌솥비빔밥, 김치·된장찌개까지.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메뉴판을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을 때, 가게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 끝에 또 다른 메뉴판이 보였다.

곧이어 만난 것은 큼직하게 걸린 또 다른 메뉴판이었다. 이곳에서 파는 모든 메뉴들이 적혀있는 듯했다. 닭볶음탕, 백숙류는 물론, 도토리묵무침, 감자전, 파전, 빈대떡 등 막걸리와 곁들이기 좋은 안주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산행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도,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한잔하기에도 제격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인분 주문도 가능한가?’ 하는 혼밥족의 영원한 고민을 덜어줄 만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찌개류나 비빔밥 종류는 혼자 먹기에도 부담 없을 것 같았다.
가게의 분위기는 오래된 시골집을 연상케 했다. 겉은 맑은 비닐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안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로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룸처럼 나뉘어진 공간들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을 선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이미 닭백숙을 드시고 계신 분들도 있었고, 막걸리와 함께 파전을 즐기는 분들도 보였다. 혼자 왔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오늘의 나의 선택은 ‘닭볶음탕’과 ‘도토리묵무침’이었다. 혼자 먹기에 조금 많을 수도 있지만, 이 푸짐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닭볶음탕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았고, 그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가게를 둘러보았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옛날집의 정취가 더욱 짙게 느껴졌다.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진 벽과 문, 그리고 룸마다 놓인 옛날 물건들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나온 도토리묵무침. 푸짐한 채소 위에 큼직하게 썰어진 도토리묵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었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묵과 채소의 신선함을 더욱 살려주었다. 묵 자체도 탱글탱글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다만, 리뷰에서 본 것처럼 묵의 양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살짝 남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닭볶음탕이 나오기 전, 목을 축이기 위해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테이블에 놓인 맥주잔에 시원한 맥주를 따라 마시니, 등산으로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함께 마시는 맥주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닭볶음탕이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에 먹음직스럽게 익은 닭고기와 감자, 그리고 각종 채소들이 붉은 양념에 뒤덮여 있었다. 갓 썰어 나온 파와 푸른 잎채소가 고명처럼 올라가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냄비 아래에서는 은은하게 불이 켜져 따뜻하게 계속 데워지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깊고 얼큰한 국물 맛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맵기 조절도 가능한지 물어보니,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기본 맛으로 즐겼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맵게 해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고기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뼈에서 살이 쏙쏙 분리될 정도였다. 큼직한 감자도 양념이 푹 배어 있어 밥과 함께 먹기 좋았다. 닭볶음탕은 3명이 먹기에도 충분할 만큼 양이 푸짐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깔끔했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닭볶음탕의 얼큰한 맛과 잘 어울렸다. 밥 한 숟가락에 닭고기, 그리고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이곳의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집밥처럼, 속이 편안해지는 맛이었다. 닭백숙이나 오리백숙처럼 오래 끓여야 하는 메뉴들도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았다.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다음에 여럿이 오게 된다면 미리 주문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계기가 ‘여성 어르신 손님들이 많아서’였다. 실제로 식사하는 동안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이곳의 음식이 그만큼 건강하고, 또 편안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이곳의 사장님은 정말 프로페셔널했다. 손님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내어주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모든 과정이 능숙하고 친절했다. 룸을 드나들며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분들도 모두 친절해서, 마치 친척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계산대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자하청류계곡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날, 혹은 단풍이 물드는 가을날, 이곳에서 계곡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았다. 다음번에는 날씨 좋은 날, 야외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즐겨봐야겠다.
혼자 밥 먹는 사람으로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다. 향교집은 그런 나의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곳이었다. 1인분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룸 형식의 공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든든한 닭볶음탕 한 그릇과 함께, 오늘도 혼밥 성공!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따뜻한 정과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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