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았으면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근처 식당을 전전했을 점심시간.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약속이 있었다. 신라스테이에 묵으면서 우연히 발견했지만, 입소문으로 유명하다는 ‘부안애서’ 서초점. 사실 점심시간에 가면 웨이팅이 길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몇 자리 정도 여유가 있었다. 북적이는 점심시간 직전, 이렇게 여유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은은한 조명과 정갈하게 정돈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으니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왔고, 탁 트인 느낌까지 더해져 식사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테이블마다 놓인 메뉴판을 살펴보는데,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육비’, ‘산전수전’, ‘닭도리탕’ 등.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찰나, 이미 자리를 잡고 식사 중인 다른 테이블의 메뉴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시그니처 메뉴라는 닭도리탕과 산전수전, 그리고 육비 비빔밥을 드시고 계셨다.

결국 우리 테이블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다는 닭도리탕과, 산전수전, 그리고 점심 메뉴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육비 비빔밥을 주문했다. 사실 이곳은 술 한잔하기에도 좋고, 가족 식사로도 훌륭한 곳이지만, 한식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시켜주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의 막걸리도 명품이라 하여 다음에 회식 장소로 점찍어두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산전수전이었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산전수전은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듯했고, 그 위로는 바삭하게 튀겨진 건새우들이 듬뿍 올라가 있었다. 갓 나왔을 때의 그 따뜻함과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베어 물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미나리의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미나리 특유의 향긋함과 건새우의 짭짤한 감칠맛이 어우러져 정말 일품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왔는데, 술을 곁들이지 않은 것이 살짝 아쉬울 정도였다.

이어서 나온 육비 비빔밥은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였다. 커다란 그릇에 밥과 각종 나물, 그리고 신선한 육회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왔다. 특히 중앙에 붉은색의 육회가 둥글게 솟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보니, 고추장 양념과 나물, 그리고 육회가 어우러지면서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뽐냈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안에 넣자, 신선한 육회의 부드러움과 각종 나물의 아삭함, 그리고 밥알의 찰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계속해서 숟가락이 갔다. 점심시간에 빠르게 먹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메뉴였다.

마지막으로 메인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닭도리탕이 나왔다. 큼지막한 닭고기와 감자, 양파, 그리고 자작한 국물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뚜껑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매콤달콤한 향기가 식욕을 제대로 자극했다. 닭고기는 오랜 시간 끓여져서인지 살이 부드럽게 발렸고,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에 푹 적셔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함께 나온 감자와 양파도 닭고기만큼이나 부드럽게 익어 국물과 함께 떠먹기 좋았다.

우리가 주문한 모든 메뉴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매장 덕분에 가족 모임이나 직장 회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반찬 하나하나까지 정갈하고 맛깔스러워서, 한식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팀원들과도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이곳은 점심시간에 웨이팅이 있을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훌륭한 맛과 넉넉한 양,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다음번에는 좀 더 여유로운 시간에 방문해서 막걸리와 함께 이곳의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혹은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맛을 보여주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