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국집을 찾았다. 특별히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득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날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낸 곳인데, 10년 이상 단골들이 있다는 말에 기대감이 슬쩍 올라갔다. 어떤 곳일까.
가게 앞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다. 화려한 간판이나 요란한 홍보 문구는 없었다. 오히려 이런 조용한 외관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내공을 짐작하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무 테이블과 은색 쟁반이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양파와 단무지는 셀프 코너에 마련되어 있었다. 먹을 만큼만 덜어가는 시스템은 낭비를 줄이고 신선함을 유지하려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몇몇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주말 오후 5시쯤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은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역시나 짬뽕과 짜장면이 메인인 듯했다. 오랜 단골들이 칭찬하는 ‘교동짬뽕’과 ‘유니짜장’, 그리고 ‘레몬 간장 탕수육’을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교동짬뽕’이었다. 붉은빛 국물 위로 촘촘히 뿌려진 참깨와 푸릇한 채소가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먹음직스러웠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묵직하고 진한 국물이 찰랑이며 따라올랐다. 한 젓가락 크게 떠서 국물부터 맛보았다. 와, 이건 정말 다른 짬뽕이었다. 깊으면서도 끝 맛이 칼칼하게 올라오는 국물은, 자극적으로 맵기보다는 오히려 기분 좋은 얼큰함이었다. 마치 생강과 신선한 해산물이 오랜 시간 우러나 깊은 풍미를 자아내는 듯했다.
리뷰에서 맵기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신라면보다는 맵고 불닭볶음면보다는 덜한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먹어보니, 땀이 살짝 송골송골 맺히는 정도의 딱 좋은 매콤함이었다. 매운맛 조절이 따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울 수 있지만, 이 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짬뽕 국물 자체로도 훌륭한 해장 메뉴가 될 것 같았다.
다음은 ‘유니짜장’이었다. 춘장이 덮인 짜장면은 따뜻하기보다는 시원하게 나왔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한 젓가락 비벼 맛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달짝지근한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앞서 맛본 매콤한 짬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짜장과 칼칼한 짬뽕 국물을 번갈아 먹으니, 질릴 틈 없이 계속해서 젓가락이 향했다. 심지어는 밥이 무료라는 점을 알고, 짬뽕 국물에 밥을 말아먹거나 짜장면에 밥을 비벼 먹는 것도 가능했다.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먹다 남긴 짜장면이 짬뽕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는 리뷰를 보았을 때, ‘설마?’ 싶었다. 하지만 직접 먹어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짜장면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짬뽕과의 조화를 생각했을 때, 이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유니짜장은 꽤나 매력적인 메뉴였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레몬 간장 탕수육’이었다. 처음에는 간장 베이스의 탕수육에 레몬이라니, 어떤 맛일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문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아니 오히려 ‘이게 왜 이렇게 맛있지?’ 싶을 정도였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튀김옷과 신선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고, 간장 소스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은은한 레몬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곁들여 나온 채소들과 함께 먹으니, 마치 샐러드를 먹는 듯한 상큼함까지 느껴졌다.
리뷰에서 탕수육이 ‘부먹’이라는 점을 언급하는 것을 보았는데, 실제로도 소스가 버무려져 나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찍먹을 선호하지만, 이 탕수육은 부먹임에도 불구하고 바삭함이 살아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소스가 눅눅하게 스며들지 않아 좋았다. 탕수육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소자가 13,000원, 대자가 24,000원이라는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방문했을 때, 짬뽕과 짜장면의 든든함을 채워줄 완벽한 사이드 메뉴가 될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외식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는 리뷰도 떠올랐다. 맞다. 이곳은 정말 온 가족이 만족할 만한 곳이었다. 어른들은 깊고 얼큰한 짬뽕 국물에 감탄하고, 아이들은 달짝지근한 짜장면과 상큼한 탕수육에 즐거워할 것이다.
물론,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인기 있는 곳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이곳의 짬뽕과 탕수육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메뉴판에 적힌 ‘새콤달콤 레몬간장탕수육 최고급 국내산 등심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 왔다는 점, 그리고 짬뽕이라는 한 메뉴에 대한 깊은 연구와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모든 메뉴에 대해 맛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 정도일까. 하지만 오히려 이 일관성이 이 집만의 개성을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곳은 짬뽕의 진정한 맛을 경험하고 싶거나, 신선한 방식의 탕수육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따뜻한 국물과 바삭한 튀김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유니짜장 곱배기로 시켜 밥까지 야무지게 비벼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게를 나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