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흘러가는 업무 속에서 문득 허기가 져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좀 든든하게,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던 그 맛을 떠올리게 하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회전율이 좋다고는 하지만, 점심시간에 딱 맞춰 가면 혹시 웨이팅이 있을까 싶어 조금 서둘렀다. 다행히 서두른 덕분인지, 혹은 아직 사람들이 몰리기 전인지 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왁자지껄한 소음 대신 잔잔한 물방울 소리 같은 잔잔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이곳의 분위기는 점심시간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해준다.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제대로 자극한다. 테이블마다 놓인 정갈한 밑반찬과 따뜻한 밥, 그리고 메인 메뉴인 청국장찌개가 곧 준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마음이 든든해진다. 복잡한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오직 하나, 그 정갈하고 깊은 맛의 청국장찌개 때문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찌개가 나왔다. 뚝배기 가득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청국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짙은 황토색 국물 위로 큼직하게 썰린 두부와 신선한 채소들이 먹음직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숟가락을 뜨기 전, 코끝을 스치는 진한 콩의 향과 구수한 냄새가 정말이지 ‘집밥’ 그 자체였다.

첫 술을 떠서 맛을 보았다. 와, 정말 제대로다. 텁텁함 없이 깊고 진한 청국장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의 구수함은 살아있지만, 그 특유의 쿰쿰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부은 듯, 깔끔하고 깊이 있는 맛이었다. 같이 나온 공깃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어느새 밥 한 공기가 뚝딱 사라져버렸다.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스며들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는 듯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갓 지은 듯 윤기 나는 밥에, 아삭하게 씹히는 겉절이 김치, 새콤달콤한 깍두기, 그리고 짭조름한 젓갈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메인 메뉴인 청국장찌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겉절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이곳은 음식이 맛있는 것을 넘어, 정말 ‘집밥’ 같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밖은 북적거리고 정신없지만, 이곳에 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동료들과 함께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에도 좋고, 혼자 조용히 와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점심시간에 빠르고 간단하게 먹기에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뚝배기의 따뜻함이 오래도록 유지되기 때문에, 급하게 먹지 않고 천천히 음미해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다. 오히려 천천히 먹을수록 국물 맛이 더 깊어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곳의 청국장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위로와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집밥이 그리울 때, 혹은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저는 망설임 없이 이 집을 다시 찾을 것 같다. 맛, 분위기, 서비스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