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나를 위한 식사’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먹을까 하다가 문득 고래고기가 끌렸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메뉴이기도 하고, 혼자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검색창에 ‘부산 고래고기’를 치고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딱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오래된 집’이라는 상호명처럼, 그 이름부터 왠지 정감이 가고 깊은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간판에 쓰인 전화번호가 왠지 모를 레트로 감성을 자극했다. 밤이 되니 조명이 켜져 더욱 눈에 띄었다. 겉모습만 보고는 혼자 들어가기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맛집은 그 자체로 당당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 아래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방과 정갈하게 차려진 테이블들이 나를 맞이했다. 다행히도 카운터석도 마련되어 있어서, 혼자 온 사람도 전혀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들도 꽤 보였고,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식사하는 분들도 계셨다. ‘아, 이곳은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고래고기 외에도 신선한 참치 메뉴가 눈에 띄었다. ‘첫 고래고기인데 비린 맛이 전혀 없다’는 후기를 본 기억이 나서, 어떤 맛일지 무척 궁금해졌다. 처음이라 너무 과하게 주문하면 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래고기와 참치를 반반씩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 여쭤봤다.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망설임 없이 반반 메뉴를 주문했다. 곁들임 메뉴로 홍어까지 추가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메인 메뉴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문 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설렘의 연속이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칼질 소리와 재료를 다듬는 소리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곧이어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이 먼저 나왔다. 갓 무친 듯한 싱싱한 쌈 채소와 새콤달콤한 젓갈, 그리고 깔끔한 맛의 백김치까지. 하나하나 맛을 보니,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드디어 메인 메뉴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래고기와 선명한 붉은 빛깔의 참치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왔다. 고래고기는 마치 얇게 썰린 육회처럼 부드러운 빛깔을 띠고 있었고, 참치는 신선함 그 자체로 입안 가득 퍼질 맛을 상상하게 했다. 함께 곁들여 나온 와사비와 레몬 슬라이스도 신선함을 더했다.

가장 먼저 고래고기부터 집어 들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올리는데, 생각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움과 함께 은은한 풍미가 퍼져나갔다. 비리다는 편견은 어디 가고, 오히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함께 나온 젓갈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풍미가 한층 더 살아났다. 이번에는 소금에만 살짝 찍어 먹어 보았다. 슴슴하게 퍼지는 고소함이 매력적이었다. ‘아, 이래서 이곳이 1등이라는 말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첫 고래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앞으로 고래고기를 먹으러 다닐 때마다 이곳이 떠오를 것 같았다.

이번에는 참치 차례였다. 참치도 역시나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붉은 속살은 부드럽게 씹혔고, 입안 가득 퍼지는 참치 특유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와사비를 살짝 곁들여 간장에 찍어 먹으니, 마치 고급 일식집에서 먹는 참치회 못지않은 퀄리티였다. 참치를 쌈 채소에 싸서 젓갈과 함께 먹으니, 다채로운 맛과 식감이 어우러져 더욱 즐거웠다. 고래고기와 참치를 번갈아 먹으니, 각기 다른 매력이 입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홍어까지 추가했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혼자서도 이토록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직원분들도 끊임없이 테이블을 닦고, 손님들이 필요한 것이 없는지 살피는 등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셨다. ‘바쁘더라도 기다려서 먹을 만큼 맛은 보장이 된다’는 후기처럼, 이곳은 기다림의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곳임이 분명했다.

이날의 식사는 정말 완벽했다. 처음으로 접한 고래고기는 비린 맛 없이 담백하고 고소했으며, 참치 또한 신선함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왔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는 덤이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다. 특히나 조금은 특별한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곳이라면 다음에 혼자 부산에 오더라도 망설임 없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특히, 그날 주문했던 홍어 추가 메뉴도 꼭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입안 가득 남은 고래고기와 참치의 풍미 덕분에 마음까지 든든했다. ‘여긴 정말 알려지고 싶지 않은 숨은 맛집’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좋은 것은 나누어야 하기에, 나처럼 혼밥을 즐기거나 특별한 메뉴를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글을 통해 살며시 소개해 본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는, 꼭 홍어까지 곁들여 더욱 풍성한 식사를 즐겨야겠다고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여도 괜찮아, 아니 혼자라서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