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엄마 집밥 생각나는 맛집을 다녀왔어요. 천안에서 현지인 추천으로 꼭 가봐야 한다던 그곳! 처음 간판을 보고 이게 가게인가 싶을 정도로 글씨가 희미해서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마치 지우개로 쓱쓱 지운 듯한 흰색 간판,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길을 헤매실까 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게 바로 이 집이에요!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도시의 번쩍이는 식당과는 사뭇 달라요.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노포 감성이 물씬 풍겨오더라고요. 테이블 간격도 넉넉하고, 오래된 듯하지만 정갈하게 관리된 내부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어요.

이곳은 김치찌개가 정말 유명하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주문했어요. 2인 이상부터 가능한 메뉴라니, 혼자서는 맛보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지만 그만큼 푸짐하게 나오는가 싶었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찌개가 나왔는데, 아니 이게 웬걸! 냄비 가득 끓고 있는 빨간 국물과 묵은지가 정말 먹음직스럽더라고요.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봤어요. 묵은지 특유의 깊은 맛과 함께 살짝 느껴지는 달큰함이 인상적이었어요. 찌개인데도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 묵은지가 정말 신맛과 단맛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더라고요. 마치 오랜 시간 숙성된 김치가 주는 깊은 풍미랄까요? 밥을 절로 부르는 맛이었어요. 밥 한 공기 뚝딱은 기본인 거죠.

이 집 김치찌개는 단순히 맛있는 걸 넘어서, ‘집밥’의 정서를 느끼게 해줬어요. 김치찌개 안에 들어있는 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시큼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고, 두부와 고기 역시 넉넉하게 들어있어서 씹는 맛을 더했죠.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의 깊이가 더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이 집 계란말이는 정말이지… 대박이에요! 두께도 두툼하고, 겉은 노릇하게 잘 익어서 식감이 정말 좋았어요. 안에는 파도 송송 썰어 들어가서 향긋함까지 더해졌고요. 밥 위에 한 점 올려서 김치찌개 국물에 슥슥 비벼 먹으면 진짜 꿀맛!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어요. 특히 직접 구워 맛소금을 뿌린 듯한 김! 딱 옛날 엄마가 해주던 집밥 김치 맛이었는데, 이걸 김치찌개 국물에 밥 말아서 같이 먹으니 정말 든든하고 맛있더라고요.

이 집은 밑반찬이 정말 푸짐하게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한 상 가득 차려지는 걸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다 못 먹고 갈 정도라니, 다음에 오면 반찬통을 싸 와야 하나 고민될 정도였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사장님께 살짝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도시 식당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응대하시는 타입은 아니시거든요. 약간 무심한 듯 시크하신데, 이게 또 전형적인 충청도 아저씨 느낌이라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음식 재탕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손님들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는 모습을 봤는데, 남은 음식을 그대로 두는 게 아니라 바로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시더라고요. 이런 점이 오히려 위생적으로 믿음이 가고, 식당을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인상을 줬어요.
평범한 백반집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평범함 속에 담긴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해주던 집밥처럼,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하고 온 기분이었답니다. 천안에 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재방문할 거예요.